면역 항암제, 폐암 치료 패러다임을 바꾼다

 

차세대 항암제로 각광받고 있는 면역항암제의 등장이 폐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세브란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조병철 교수는 25일 ‘폐암 항암치료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제로 마련된 간담회에서 “면역항암제와 세포독성항암제나 표적항암제, 방사선치료 등을 이용한 병용요법을 실시할 때 큰 치료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폐암치료의 패러다임은 10년 주기로 변화해왔다. 1세대 화학항암제는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세포도 같이 손상시켜 면역저하와 골수 및 간 독성 등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켰다. 1990년대 말부터 등장한 2세대 표적항암제들은 암세포의 특성 유전자만 공격한다. 하지만 특정 유전자 변이를 가진 환자들에게만 쓸 수 있고, 치료한 지 10개월 이내에 내성이 생기는 등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2010년대에 들어서 대안으로 주목받게 된 것이 3세대 면역항암제다. 면역항암제는 억제돼 있는 우리 몸의 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 암세포를 공격하는 것이다. 면역체계의 세 가지 특징은 특이성, 기억력, 적응력인데, 면역 항암제는 이러한 인간 면역체계의 특징을 강화시켜준다. 또한 유전자 돌연변이 유무와 관계없이 항암 효과를 나타낸다.

조 교수는 “면역 항암제는 인체의 면역 체계를 이용해 정확하게 암세포만 공격하므로 부작용이 적고, 인체 면역 체계의 기억력과 적응력을 이용해 기존 1, 2세대 항암제에서 보여주지 못한 지속 가능한 항암 효과를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최근 암세포로 인해 억제된 면역체계를 되살려 주는 방법으로 면역관문억제제인 옵디보, 키트루다가 개발됐고, 이 제제들의 긍정적인 치료효과를 나타낸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면역치료가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이 면역항암제들은 면역세포 표면에서 암세포와 상호작용하는 수용체를 억제해 백혈구를 구성하는 T세포의 면역기능을 활성화시킨다. 즉 T세포 억제수용체와 암세포 수용체의 결합부분, 이른바 면역관문을 차단해 T세포가 암세포를 잘 인식하고 억제하도록 돕는다.

조 교수는 “더 이상 치료법이 없는 말기암 환자의 20~30%가 면역관문억제제에 급격한 반응을 보였다”며 “방광암, 유방암, 위암처럼 기존 치료로 충분하지 않은 환자들에게 효과가 우수하고, 폐암이나 두경부암, 식도암 등 예후가 나쁜 환자에게도 치료효과가 탁월하다”고 말했다.

특히 폐암치료에서 면역항암제의 효과는 주목된다. 폐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면역항암제 임상연구결과, 1년 생존율이 42%, 3년 생존율이 20%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한 표적항암제나 항암화학요법의 경우 시간이 경과하면서 생존 곡선이 점점 밑으로 떨어지는 반면, 면역항암제는 20% 정도의 환자에서 거의 완치에 가까운 장기생존을 보였다.

조 교수는 “향후 항암치료는 면역항암제와 함께 세포독성항암제, 표적항암제, 방사선치료 등 다른 치료법을 더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면서 “다만 면역항암제는 한 달 약값이 1000만원을 넘는 고가의 약이기 때문에 어떤 환자에게 효과적인지 가늠할 수 있도록 향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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