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척 동정 유발… 희한한 ‘뮌하우젠 증후군’

 

허위로 보이는 글이나 사진에 자주 등장하는 댓글이 있다. “어디서 자작나무 타는 냄새 나지 않나요?”라는 표현이다.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꾸미는 ‘자작(自作)’과 동음이의어인 나무의 이름에서 착안한 말이다. 자작극을 펼치거나 허언증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을 비꼴 때 이 같은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허언증도 종류가 다양한 것 같다. 허언증 중에는 특이하게도 몸이 아픈 척 거질말을 하는 습관을 가진 유형이 있다.

‘뮌하우젠 증후군’이 바로 아픈 척하며 동정심을 사려는 허언증이다. 미국 메이오클리닉은 정신질환의 일종인 이 증후군을 “다른 사람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아픈 척하거나 의도적으로 자해 등을 통해 아픈 상태를 유도하는 정신장애”로 정의했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는 확신을 주기 위해 진단결과를 조작하는 치밀함을 보이기까지 한다.

정신과의사인 마크 펠드만 박사는 미국 ‘야후 헬스’를 통해 뮌하우젠 증후군이 얼마나 흔한 병인지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미국정신의학회의 자료에 따르면 병원에 방문한 환자의 1%가 꾀병으로 병원을 찾아오며 이는 뮌하우젠 증후군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자신의 건강을 지나치게 걱정하는 건강염려증이 있는 사람을 ‘심기증 환자’로 칭하는데, 이들과는 다른 부류에 속한다. 심기증 환자와 달리 뮌하우젠 증후군 환자는 본인 스스로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일을 꾸미기 때문인다.

펠드만 박사는 “뮌하우젠 증후군 환자는 스스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왜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그 이유는 잘 모를 수 있다”며 “일부 환자들은 거짓말을 되풀이하는데 중독된 것 같다고 자신의 상태를 표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주로 라임병처럼 병원에서 진단 내리기 어려운 병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질환은 증상이 있다 혹은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처럼 아픈 척 거짓말을 하는 걸까. 정신과전문의들에 따르면 이 같은 증상은 어렸을 때 실제로 경험했던 신체적 고통과 연관성을 보인다.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기억을 인식하고, 그때와 같은 관심을 받기 위해 예전 기억을 바탕으로 마치 몸이 아픈 듯 연기한다는 것이다.

뮌하우젠 증후군이 있다는 사실은 명확히 진단내리기 쉽지 않지만 그래도 비교적 확실한 단서는 환자가 진단키 어려운 질환을 핑계로 병원을 자주 방문할 때다. 이들은 병원 방문 이후 증상이 점점 완화되고 있다고 밝혔다가 다시 재발한 것 같다는 핑계로 반복적으로 병원을 방문한다.

단 모든 뮌하우젠 증후군 환자가 이처럼 애매모호한 질환을 핑계로 몸이 아프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일부 환자들은 본인의 몸에 병원균을 주입해 실질적으로 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더욱 문제는 이 증후군은 치료가 쉽지 않다는 게 의학계의 일반적인 관점이라는 점이다.

단 반드시 치유가 불가능한 것 역시 아니므로 본인 스스로 이를 극복하고 싶은 의지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정신과 상담치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스스로 뮌하우젠 증후군이 있다고 밝히고 개선 의지를 표현하면 상대적으로 치료 효과가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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