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만 보라” 얼굴 없는 여인의 절정 누드

 

이재길의 누드여행(18)

이모젠 커닝햄 – 누드를 향한 그녀만의 창작여정을 떠나다

스트레이트 포토(Straight Photo). 20세기 사진가들이 중요시한, 피사체를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사진형식이었다. 가장 ‘사진적인 사진’은 세상을 카메라 프레임 안에 있는 그대로 담아낼 때 실현된다는 완고한 작품철학이었다.

이에 따라 20세기 사진가들은 피사체의 형태와 조형적으로 표현해내는 예술적 관점, 그리고 안정된 구도를 통해 자신만의 표현을 하고자 노력했다. 그것이 ‘있는 그대로의 세상’이었던 까닭이다.

이모젠 커닝햄. 미국의 여류사진가인 그녀는 가장 아름다운 형식주의 사진을 찍었던 사진가였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카메라 기법을 통해 그녀는 맨몸 내면에 숨은 새로운 세계를 사진으로 쏟아냈다.

그녀는 도로시아 랭, 버크 화이트와 더불어 미국이 자랑하는 3대 여성 사진가로 꼽힌다. 그만큼 시대를 반영하고 대중과 소통하는 작품들을 생산해냈다. 그녀의 수많은 작품 중 대중의 무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당연히 누드사진이었다.

이모젠 커닝햄은 여자로서 여인의 누드를 바라보고 해석했다. 그녀의 사진은 다른 사진가들의 작품과는 분명히 다른 지점이 있었다. 남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에로틱한 여체의 감성보다는 조물주가 빚어낸 하나의 완벽한 조형물로서의 여체가 카메라 프레임 중심에 가득 담긴 것이다.

그녀의 사진 속 여인의 벗은 몸은 회화적인 형태미를 자랑한다. 철저하다. 볼록한 여인의 가슴, 주름진 피부, 음과 양으로 나뉜 흑백의 절묘한 대비는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함을 보인다. [사진1, 사진2]

이모젠 커닝햄의 누드사진에는 흥미진진한 특징이 있다는 사실! 사진 속 여인을 보라. 그 얼굴을 보라. 카메라를 바라보지 않거나 앵글의 각도 밖으로 벗어나며 기가 막히게 가려져 있다. 그것은 모델의 신분을 감추고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주기 위해서가 결코 아니었다. 그것은 그녀만의 재치 넘치는 접근법이었다. 여인의 벗은 몸, 그 자체를 향한 시선을 오롯이 강조함으로써 누드의 예술성을 부각하기 위한.

사진을 보노라면 얼굴이 굳이 보이지 않아도 여체에 깃든 깊은 내면의 숨소리가 울려 퍼지는 듯하다. 그래서 그녀의 누드사진 속 여체의 모습은 매우 적나라할 수밖에 없다. 어느 곳 하나 부끄러운 기색이 없는 것이다. 가슴, 뱃살, 음부를 여실히 드러낸 여인은 카메라 앞에서 짜릿한 편안함을 느끼고 있을 뿐. 얼굴이 드러나지 않는 여인은 자기 맨몸의 부드러운 속살을 드러내어 은밀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이를 통해 누드의 신비와 환상은 극대화된다.

두 여인의 벗은 몸을 하나의 프레임에 담아내는 것도 이모젠 커닝햄의 사진에서 나타나는 또 다른 특징이다. 그녀가 등장하기 전까지 여러 여인의 누드를 하나의 사진으로 담아낸 작가는 오스카 구스타브 레일랜더가 거의 유일했다.

그러나 두 작가는 근원적으로 달랐다. 레일랜더가 몽타쥬의 형식을 빌어 회화주의적 표현을 하였다면, 커닝햄은 스트레이트 포토를 통해 두 여체를 사실 그대로 묘사하였던 것이다. 커닝햄의 사진에 담긴 두 맨몸을 보라. 서로 다른 두 여체는 서로 다른 세련됨과 고풍스러움을 내뿜으면서 한 명의 누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인간의 무한한 성스러움과 아름다움을 들춰내고 있다. [사진3, 사진4]

이모젠 커닝햄은 마치 탐험가처럼 예술인생을 살았다. 그녀의 사진 속 누드는 인간내면에 숨은 감동의 실체들을 하나하나 새롭게 발견하고 기록해간 창작의 여정이었다. 인간의 존재적 가치와 아름다움이 그녀의 사진 속 여체를 통해 표현되는 것이다.

※ 이재길의 누드여행 이전 시리즈 보기

(17) 거울 속 왜곡된 여체에 담긴 또 다른 진실

(16) 여왕도 극찬… 사진 한 장에 표현된 삶의 양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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