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시설 노인 학대 급증… “정책 변화 시급”

 

중증 알츠하이머 치매로 노인요양시설에 입주한 박모(90세)씨는 최근 한 달 간 몸무게가 3kg이나 줄었다. 3주 전부터는 하루 종일 잠만 자고 식사를 멀리 하는 등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시설은 박씨에게 무관심했다. 의사 진료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방임돼 온 박씨를 병원 응급실로 옮긴 것은 시설에 들른 그의 딸이었다. 박씨의 증상은 탈수와 요로감염이었다.

지난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 이후 장기요양시설이 폭증하면서 노인 학대 문제도 가파르게 늘어나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지속적으로 불거지는 시설 내 노인 학대와 인권 침해를 근절하기 위해 시설 중심에서 재택요양으로 정책을 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4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시설 내 노인 학대는 최근 5년간 꾸준한 증가세를 띠고 있다. 2010년 127건이던 것이 2014년에는 246건으로 2배 정도 늘었다. 중복 집계한 학대 유형 건수는 모두 5772건이었다. 정서적 학대가 2169건(37.6%)으로 가장 많았고, 신체적 학대가 1426건(24.7%), 방임 984건(17%) 등의 순이었다.

고려대 간호대학 송준아 교수는 최근 열린 서울치매케어포럼에서 “치매 노인 돌봄 제공자에 대한 인권 교육과 인권 의식 함양이 필요하다”며 “중앙정부 차원의 노인 학대 근절을 위한 보고와 처벌을 위한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노인인권 침해를 막으려면 명문화된 지침을 마련하고, 필요이상으로 들어선 요양시설 위주의 정책에서 재택요양 정책으로 선회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미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 초고령사회에 들어선 일본 또한 지난 1990년대부터 도심 외곽에 요양시설을 짓고, 2000년에 개호보험을 도입했지만, 현재 시설요양에서 재택요양으로 무게추를 옮겼다. 우리나라의 장기요양보험은 일본의 개호보험을 벤치마킹했다.

한국치매케어학회 이사장인 서국희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일본의 ‘가정 호스피스’ 정책은 인권 측면에서도 진일보 한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노인이 자신이 살던 거처에서 지속적으로 살다가 죽을 수 있도록 하는 체계를 갖추고, 노인 거처의 스마트화를 통해 지역사회 내 케어 관련 직업군의 사람들이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서로를 도울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다음 달부터 가정 호스피스.완화의료가 시범사업에 들어가지만 대상은 말기암 환자다. 최근 서울의대가 여론조사기관을 통해 전국의 만 20-69세 국민 500명을 대상으로 호스피스와 연명의료에 대한 국민들의 태도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96.1%가 암 이외의 질환도 환자가 말기 상태이면 호스피스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했다. 포함되길 바라는 질환은 치매가 72.5%로 가장 많았고, 이어 파킨슨병(64.1%), 뇌졸중(61.6%) 등의 순이었다.

    송영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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