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꼬대 심했던 미 작곡가, 내용을 분석해보니…

 

잠을 자는 동안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리는 현상을 ‘잠꼬대’라고 한다. 사람에 따라 조용하게 넘어가기도 하고, 생각보다 요란해 같은 방을 쓰는 사람의 수면을 방해하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잠꼬대가 유독 심했던 인물로는 미국의 작사가 겸 작곡가였던 디온 맥그리거가 꼽힌다. 그의 잠꼬대는 일반적인 잠꼬대와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최근 하버드대학 연구팀이 그의 잠꼬대 내용을 분석해 특징을 분석해냈다.

디온 맥그리거가 잠꼬대를 한다는 사실이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건 1960년대다. 맥그리거가 다른 예술가들과 뉴욕에 있는 한 아파트를 공유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의 음악작업 파트너이자 동거인인 마이크 바르가 특히 맥그리거의 잠꼬대에 매혹됐다. 100개 넘는 단어들로 길게 지속되는 그의 잠꼬대를 500번 이상 녹음한 마이크는 이를 CD와 책으로 출판하기도 했다.

그의 잠꼬대가 왜 이처럼 특이성을 지니는지 확인하기 위해 최근 하버드의과대학 수면전문가들이 팀을 구성했다. 맥그리거의 잠꼬대 녹음 내용 중 294개를 선정, 분석하고 전형적인 잠꼬대와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캐릭터, 공격성, 친절성, 성적인 상호작용, 성공, 불운, 행운 등 꿈 분석에 쓰이는 항목들을 기준으로 맥그리거의 잠꼬대를 코드화했다. 또 단절, 모순, 불확실성, 애매모호함 등을 기준으로 꿈의 기괴함 정도도 체크했다.

그리고 보통 사람들의 전형적인 잠꼬대 내용과 비교해본 결과, 맥그리거의 잠꼬대가 훨씬 적극적으로 표출된다는 점을 발견했다. 특히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 표현이 많이 담겨있으며 남성보다는 여성 캐릭터가 자주 등장했다. 하지만 내용의 기괴함이나 모순은 오히려 약한 편이었다.

맥그리거의 잠꼬대 사례를 구체적으로 들자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여성들에게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드레스를 입었는지 묻고 다닌다거나, 달 여행을 가기 위한 열기구 탑승자들의 출석을 체크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연구팀은 맥그리거의 잠꼬대가 전형적인 잠꼬대와 차이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우선 한 가지는 그의 잠꼬대가 꿈을 꾸는 동안에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통 사람들이 잠꼬대를 할 때 보이는 뇌파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뇌의 전두부 영역이 보다 활성화된다는 특징이 있다. 연구팀은 이 같은 현상은 잠이 든 상태와 깬 상태의 중간 영역으로 흔치 않은 잠꼬대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맥그리거의 잠꼬대가 그의 개인적인 성향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그는 자기비하의 내용을 담고 있는 별난 유머를 즐겼으며 동성애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었고, 여배우에게 집착하는 특징이 있었다. 이는 그의 잠꼬대 캐릭터가 남성보다 여성이 많이 등장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근거가 된다.

이 같은 분석을 통해 볼 때 맥그리거의 잠꼬대는 일상에서 경험하는 그의 생각, 사고, 행동 등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단 이 같은 사례는 맥그리거에 한정된 예외적인 상황인 만큼 전형적인 잠꼬대를 분석하는데 적용하긴 어렵다. 단 좀 더 다양한 형태의 잠꼬대 사례들을 수집해 그 특징을 분석하는데 초석이 될 만한 연구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이번 연구논문은 ‘가상, 인식, 성격(Imagination, Cognition and Personality)저널’에 실렸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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