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길랭-바레 증후군 급증… 지카 바이러스와 관계는?

소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길랭-바레 증후군(GBS, Guillain-Barre syndrome)’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지고 있다. 사람 몸의 신경계통 이상과 마비증상을 일으키는 길랭-바레 증후군이 지카 바이러스의 합병증으로 의심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이 창궐한 중남미 국가인 콜롬비아 보건부에 따르면 자국 내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 2만여명 중 길랭-바레 증후군 판정을 받은 환자가 100명에 이르며, 이 중 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들은 통상적 치료법인 면역 글로불린 항체 요법에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는 지카 바이러스와 길랭-바레 증후군 사이의 직접적 연관성에 대한 연구에 들어갔다.

길랭-바레 증후군은 감염 등으로 인해 몸 안의 항체가 신경성 면역 체계를 공격해 사지 마비를 일으키는 병이다. 급성감염성다발신경염, 특발성다발신경근염이라고도 한다. 프랑스의 신경과의사 G.길랭과 신경학자 바레가 처음으로 제기한 질병으로 발병하면 회복이 더디며, 회복된 뒤에도 물체의 질감, 열 등을 감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심하면 심장과 폐의 기능을 담당하는 근육까지 마비돼 사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이 유입되거나 발생하지 않았지만, 다른 원인들로 인해 길랭-바레 증후군 환자 수는 급증세다. 이 병은 백신 부작용이나 박테리아로 유발될 수 있다.

1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 빅데이터 자료를 보면 길랭-바레 증후군 환자는 최근 5년간(2011~2015년) 43%나 늘어났다. 지난 2011년 1735명이던 환자 수는 매년 평균 10% 가까이 증가해 지난해 2488명으로 집계됐다.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이광수 교수는 “한 달 동안 평균 2~3명이 길랭-바레 증후군으로 우리 병원 응급실을 찾는다”며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말초신경계 희귀질환인 길랭-바레 증후군은 감기나 가벼운 열성 질환 등의 상기도 감염이나 비특이성 바이러스 감염을 앓고 난 뒤 평균 10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발생한다. 덴마크 국립혈액연구소에서 신종플루 백신인 인플루엔자 A형 (H1N1) 접종을 한 이들에게서 드물지만 길랭-바레 증후군이 발병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마비증상 때문에 노년층에서 발생하면 뇌졸중으로 오인할 때도 있다. 이러한 마비증상은 다리에서부터 시작돼 얼굴과 혀의 근육까지 올라오게 된다. 이때 횡경막과 갈비뼈 사이의 근육이 마비되면 호흡곤란을 호소할 수 있다.

지금까지 국제 학계에 보고된 길랭-바레 증후군의 원인은 크게 3가지로, 특정 증상에 따라 원인을 구분할 수 있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마비 증상과 함께 설사 등을 호소하면, 세균성 식중독균인 ‘캄필로박터 제주니’에 감염됐을 확률이 크다. 발열과 기침 등 감기 기운과 함께 나타날 때는 기타 바이러스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인 백신을 맞을 때도 길랭-바레 증후군이 유발될 수 있다. 특히 루푸스와 류마티스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자는 백신 투약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이광수 교수는 “백신 부작용으로 길랭-바레 증후군이 생기는 비율은 10만 명당 1.2~1.5명 수준”이라며 “자가면역질환자는 백신을 투약하기 전, 3년 동안 질병이 악화되진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길랭-바레 증후군은 증상의 정도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진다. 마비 증상을 호소하면 신경전도와 뇌척수액 검사를 통해 길랭-바레 증후군인지 확인한다. 증상이 가벼우면 한 달간 임상적으로 관찰하며 자연 회복을 유도한다. 그러나 심장과 폐 기능을 담당하는 근육까지 마비되면 사망에 이를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이광수 교수는 “호흡기 근육이 마비되면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야 하는데, 이때 폐렴이나 폐혈증 등 2차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증상이 심각하면 면역글로불린 주사나 혈장교환술 등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 이광수 교수는 “면역글로불린 주사와 혈장교환술은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는 데 쓰이는 일반적인 치료법”이라며 “마비 증상을 일으키는 특정 항체가 활동하지 못하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이 치료법을 진행하면 2~3개월 이내에 증상이 완화된다.

한아름 기자 har@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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