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 왜곡된 여체에 담긴 또 다른 진실

 

이재길의 누드여행(17)

안드레 케르테츠의 작품세계

헝가리 출신 사진가인 안드레 케르테츠는 20세기 초 사회·정치와 관련한 뉴스 사진들이 성행하던 시대 분위기 속에서도 과감히 일상의 르포르타주(르포) 사진을 선보였다. 그의 작품은 인간의 향기를 깊게 뿜어내는 예술사진으로 평가받아왔다.

그가 추구한 것은 ‘사진소통(Photo Communication)’이었다. 기록으로서의 사진, 사실을 옮기는 도구로서의 사진을 넘어 표현과 창작의 도구로써 내적 세계의 생명력을 사진으로 옮겨온 것이다.

안드레 케르테츠의 사진은 대부분 조형적이며 안정된 구도로 이뤄졌다. 정물, 거리, 인물의 사진 등 그가 촬영해온 사진을 살펴보면, 매우 편안하고 고풍스러운 예술의 힘을 느끼게 된다. 뷰파인더에 잡힌 대상을 향한 겸허함이 깃들어있다. 대상의 내면을 아름답게 해석해내는 그의 관점이 여기에 교차되면서 사진은 더욱 돋보인다.

안드레 케르테츠는 장르의 틀을 넘나들며 다양한 사진을 찍었다. 삶의 한순간을 담아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이 갖는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담아내기 위해 그는 수많은 작업에 몰입했다.

가장 뜨거운 땀의 흔적이 묻어나는 작품은 단연 ‘Distortions’ 누드사진 시리즈. 여성의 누드만이 인간의 존재적 가치를 지닌 위대한 창조물임을 보여주기 위해 그는 ‘거울’을 사용한 누드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안드레 케르테츠에게 거울은 특별하다. 거울은 여성의 벗은 몸에 탐닉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몸에 내재된 인간의 본질적 성질을 바라보기 위한 마법 같은 도구라고나 할까. 실제로 그는 거울에 비친 누드를 바라보며 깊은 전율을 느꼈다.

거울에 담긴 왜곡된 여성의 누드. 여기에는 감출 수 없는 고운 선과 여인의 숨결이 살아있다. 거울에 비춰진 여체는 왜곡된 형체로 또다시 생산되면서 가슴 뛰게 만드는 찬란하고 완전에 가까운 아름다움이 된다.

옷을 벗은 채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여성의 가슴과 골반, 엉덩이로부터 이어진 고운 선은 역동적이면서도 부드럽다. 이것은 안드레 케르테츠의 성적인 호기심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했다. 풍만한 가슴과 음부, 부끄러운 듯 얼굴을 살짝 가린 여인의 포즈는 왜곡된 투사체가 되면서 성적인 긴장감, 여체의 포근함과 따뜻한 체온, 그리고 에로틱함이 강렬하게 묻어난다.

안드레 케르테츠의 누드사진은 입체적인 동시에 매우 조형적이다. 왜곡된 형체가 완벽한 조형성을 이루다니! 바로 그 대상이 여성의 누드였기 때문이다. 거울에 반사되어 왜곡되지만, 누드가 갖는 아름다움의 본질은 절대적이며 왜곡될 수 없음을 사진은 증명한다. 누드의 조형성과 절제된 포즈는 여성미를 더욱 극대화하는 효과를 내는 것이다.

안드레 케르테츠는 1930년대부터 누드사진을 본격적으로 찍으면서 200여장의 누드사진을 발표했다. 그는 외로운 예술가로 살아가며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누드사진을 찍었다. 무엇이 그를 누드사진에 미치게 했을까?

바로 ‘증명’을 위해서였다. 사진 평론가 수잔 손탁은 자신의 저서 ‘사진에 대하여’를 통해 “사진은 증명한다”라고 주장했다. 고귀한 여체의 아름다움, 그것이 갖는 존재의 가치를 증명해야만 하는 사진가의 운명을 그는 알았던 것이다.

※ 이재길의 누드여행 이전 시리즈 보기

(16) 여왕도 극찬… 사진 한 장에 표현된 삶의 양면성

(15) 상상력에 강한 자극… 여체의 향기 물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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