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당하는 남성들… 신고는 제대로 할까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이 벌어지면 가해자는 남성, 피해자는 여성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사실상 남성 피해자도 적지 않다. 심지어 피해 사례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남성이라는 이유로 체면상 신고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남성 피해자가 겪고 있는 어려운 점이다. 그런데 최근 외국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특정한 곳에 소속감을 느끼는 남성들은 좀 더 신고를 잘 하는 경향을 보인다.

‘남성과 남성성 심리학(Psychology of Men and Masculinity)저널’에 실린 최신 연구논문이 남성들을 대상으로 한 직장 내 성희롱 실태 조사 연구결과를 담았다. 설문참여 남성들의 직업은 IT부터 법률분야까지 다양했고, 평균 연령은 32세였으며 응답자의 25%는 동성애자 혹은 양성애자라고 답했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에게 직장 내에서 얼마나 자주 성희롱을 당했는지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을 땐 1점, 매우 자주 있었을 땐 5점으로, 1~5점 사이 점수를 매기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남성을 경멸하는 말을 포함해 성적인 내용이 담긴 농담 등 소극적인 성희롱을 당한 케이스의 평균 점수가 1.27점, 원치 않는 스킨십처럼 좀 더 적극적인 성희롱 사례가 평균 1.14점이었다.

또 양성평등과 연관이 있는 활동을 하고 있는 남성일수록 두 가지 형태의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좀 더 많다고 보고했다. 이는 양성평등에 관심이 많은 남성일수록 성별에 따른 위계질서에 민감하고, 부당한 처우를 받았을 때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반응을 보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 양성평등과 관련된 활동을 하는 남성일수록 성희롱 부작용에 시달리지 않도록 스스로를 보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성희롱 피해자가 된 상황을 스스로의 책임으로 돌린다거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성 상사가 남성 직원을 성희롱하는 일은 희귀한 사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런 현상이 생각보다 많이 일어나는 이유는 마초적인 직장문화 때문이다. ‘영국사회심리학저널(British journal of social psychology)’에 실린 지난 연구에 따르면 마초적인 직장환경에서 일하는 여성 상사는 남성 계급 문화를 답습하는 경향을 보인다. 위계질서가 엄격한 환경에 있는 여성 상사일수록 남성 직원을 성희롱 피해자로 만들기 쉽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직장 내에서 벌어지는 남성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이해를 돕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았다. 또 양성평등에 관심을 갖는 남성, 즉 남성은 물론 여성의 권리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는 남성일수록 성희롱 사건에 민감하다는 점도 이번 연구의 중요한 성과다. 즉 성차별에 반대하는 남성이 늘어날수록 피해 상황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문화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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