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의 난소암, 표적 항암제 속속 출시

‘침묵의 살인자’로도 불리는 난소암은 유방암, 자궁경부암과 함께 3대 여성암에 속한다. 이 중 사망률 1위로 악명이 자자하다. 난소암 환자 10명 중 8명은 말기에 첫 진단을 받는다. 그동안 표준요법에 의지해 온 난소암 치료제 시장에 최근 표적항암제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어 환자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표적항암제는 쉽게 말해 암세포만 공격하는 치료제로, 정상 세포까지 공격하는 기존 항암제보다 부작용이 훨씬 적다.

지난 26일 출시된 아스트라제네카의 표적항암제 ‘린파자(올라파립 성분)’는 BRCA 유전자 변이로 인한 난소암 환자들에게는 희소식이다. BRCA 유전자 변이는 전체 난소암 환자의 2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BRCA 유전자는 손상된 DNA를 수리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으면 유방암과 난소암의 위험이 높아진다.

린파자는 최초의 먹는 PARP(Poly ADP-ribose Polymerase) 억제제다. PARP라는 효소는 손상된 DNA의 복구를 돕는 효소다. PARP가 활성화되면 항암제로 손상된 암세포의 회복을 돕게 된다. 린파자는 이러한 PARP의 활동을 억제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표적항암제다. 주사제인 기존 난소암 치료제들과 달리 먹는 약이어서 환자들의 복용 편의성도 크게 개선시켰다.

아스트라제네카에 따르면 린파자는 임상을 통해 BRCA 변이 난소암 환자의 무진행생존기간(PFS)을 위약군보다 7개월가량 크게 늘렸다. 위약군의 PFS는 4.3개월, 린파자군은 11.2개월이었다. 지난 8월 국내에서 허가된 린파자는 백금계 항암화학요법에 반응한 성인 환자 중 BRCA 유전자 변이를 동반한 재발형 난소암 환자들의 단독 유지요법으로 적응증을 획득했다.

김태영 연세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는 난소암 치료의 패러다임 변화와 관련해 “1차 치료 후 난소암 환자의 70% 이상에서 5년 이내 암이 재발해 환자의 육체적, 심리적 고통이 매우 크다”며 “린파자가 BRCA 유전자 변이로 인해 난소암 재발을 겪는 환자들의 치료와 삶의 질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린파자에 앞서 항암제 전문 제약사인 로슈의 ‘아바스틴(베바시주맙)’이 지난 2013년 난소암 표적항암제로 국내에서 허가됐고, 지난해 8월부터 백금계 항암제에 저항성이 있는 재발성 난소암 치료에 대해 최초로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았다. 아바스틴은 유방암과 폐암 등에도 허가된 약이다.

아바스틴에 이어 2014년에 얀센의 ‘케릭스(리포좀화한 독소루비신염산염)’도 출시됐다. 케릭스는 지난 1998년에 진행성 난소암 치료제로 허가돼 2013년에 난소암 2차 이상 단독요법과 2차 이상에서 카보플라틴 병용요법으로 보험급여가 승인됐다. 쉐링푸라우가 허가를 받아 약가협상 과정에서 발매를 포기했다가 얀센과 합병된 뒤 공급문제를 겪는 우여곡절 끝에 나왔다. 암젠의 난소암 신약 후보물질인 ‘트레바나닙’ 개발은 첫 번째 후기임상에서 위약대비 생존률 개선에 실패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난소암 표적치료제의 잇단 등장은 주목할 만하다. 지난 20년간 위암과 폐암 등 주요 암의 5년 생존률이 16~30% 증가했지만, 난소암은 3~4% 증가에 그쳤기 때문이다. 조기 발견의 어려움과 제한된 치료법, 비싼 약값, 높은 재발률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지난 2013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난소암 판정 후 5년 생존율은 62%로 유방암(91%)과 자궁경부암(80.1%)보다 현저히 낮다.

국내 난소암 발병률은 1.6%로 낮지만, 가족력이 중요하다. 유전 요인에 따라 가족 중 난소암 환자가 있으면 발병률은 5~7배까지 올라간다. 할리우드 배우인 안젤리나 졸리도 BRCA 유전자 변이를 우려해 난소난관절제술을 받아 화제가 된 바 있다. 대한부인종양연구회 김병기 회장(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은 “백금계 약물에 저항성이 있는 재발성 난소암의 경우 환자의 생존율 개선을 위해 기존 항암화학요법으로는 많은 제한이 있으며, 효과적 항암 치료가 간절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영오 기자 song05@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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