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고 혈압도 잡는 차세대 당뇨약 세몰이

 

DPP-4(인슐린분비 호르몬 분해효소) 억제제가 장악한 국내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서 SGLT-2(포도당-나트륨 공동수송체2) 억제제가 세몰이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매출 1백억원대의 블록버스터 약물이 등장한 데 이어, 보험 급여 문제로 출시를 미뤄온 ‘자디앙(엠파글리플로진 성분)’의 복합제가 이 달 시판허가를 얻으면 본격적인 프로모션에 나설 조짐이다.

최근 등장한 SGLT-2 억제제는 혈당강하는 물론, 체중과 혈압 감소의 부가적인 이점도 있어 차세대 당뇨병 치료제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포도당 재흡수를 막고 소변으로 배출시키는 원리여서 혈당을 낮추는 동시에 당 성분을 줄여 살이 빠지도록 한다.

지난 2014년을 기준으로 6천억원 규모인 국내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서 SGLT-2 억제제 계열약의 점유율은 5%에 그쳤지만, 성장세가 주목할 만하다. 가장 먼서 출시(2014년 9월)된 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다파글리플로진 성분)’가 지난해 1백억원대 원외처방을 기록하며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후발주자인 아스텔라스의 ‘슈글렛(이프라글리플로진)’도 상승세다. 지난해 8월 출시 이후 월 매출 5천만원을 돌파한 상태다. 올해 상반기 중 베링거인겔하임과 릴리가 공동 개발한 자디앙과 복합제인 자디앙듀오(엠파글리플로진+메트포르민)의 출시도 예정돼 SGLT-2 억제제의 공세는 치열할 전망이다.

포시가는 표준치료제인 메트포르민, 설포닐우레아와 3제 병용 요법으로 적응증을 추가해 이달부터 보험급여가 확대됐다. 단독요법부터 3제 병용요법, 인슐린 병용요법까지 적응증을 넓혀 환자 부담을 대폭 덜었다. 아시아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슈글렛 역시 급여 확대를 노리고 있다. 슈글렛은 지난해 8월 단독 또는 메트포르민 병용 투여로 보험급여를 적용받았다.

당뇨병 치료제 중 최초로 대규모 임상을 통해 심혈관계 관련 사망률을 감소시킨 것으로 확인된 자디앙은 오는 5월 급여적용을 앞두고 있다. 자디앙과 자디앙듀오는 체중감량과 혈압 감소, 자디앙은 심혈관 질환 위험 감소에 대해 아직 국내 허가를 받지 않았다. 미국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얀센의 ‘인보카나(카나글리플로진)’도 품목 허가를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보험급여 등의 문제로 현재 철수한 상태다.

현재 오리지널 SGLT-2 억제제를 출시한 다국적 제약사들은 국내 유력 제약사의 판매망을 활용해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포시가가 CJ헬스케어, 슈글렛이 대웅제약, 자디앙 시리즈가 유한양행과 공동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제약업계에서는 SGLT-2 억제제가 DPP-4 억제제와 급여기준상 경쟁관계에 있고, 약효와 저혈당 측면에서 ‘동급’이지만, 당뇨의 주적인 비만을 겨냥한 체중감소 효과가 있는데다 심혈관계 관련 사망률 감소에 대한 임상데이터를 확보해 성장 가능성이 클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SGLT-2 억제제들은 다양한 장점을 보유하고 있지만, 부작용 이슈에서 완전히 자유롭진 않다. 지난해 12월 미국 FDA의 의약품 안전성 심사기구는 SGLT-2 억제제의 의약품 설명서에 ‘혈중 산도증가 위험’과 ‘요로 감염 위험’에 대한 주의사항을 전달했다. 이에 앞서 5월에도 FDA는 ‘당뇨병성 케톤산증’ 발생 위험을 경고했다. 인슐린 부족으로 케톤이 과량으로 생기는 당뇨병성 케톤산증은 탈수와 구토, 식욕 감소 등의 부작용을 일으킨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최근 SGLT-2 억제제에 관한 허가사항을 변경했다.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는 “SGLT-2 저해제 6개 품목 중 포시가 등 2개 품목을 복용한 환자의 사망 사례가 2건 있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내 보건당국도 지난 15일 SGLT-2 저해제에 대해 안전성 서한을 배포하고, 허가사항 변경을 위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대상품목은 포시가와 포시가 복합제인 ‘직듀오서방정’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SGLT-2 억제제의 안정적인 시장 확보를 위해서는 안전성 데이터를 꾸준히 확보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영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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