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앗아간 흑색종, 국내 40대서도 급증

 

열흘 전 타계한 고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사인은 피부암의 일종인 악성 흑색종이었다. 지난 연말에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이 병을 이겨냈다고 밝혀 세계인의 관심을 모았다. 악성 흑색종은 백인에게는 비교적 흔하지만, 아시아인에게서는 보기 드문 병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내에서 악성 흑색종 환자가 늘고 있어 관련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내서도 흑색종 증가세 =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악성 흑생종 환자는 최근 4년간(2009~2013년) 2819명에서 3716명으로 33% 이상 늘었다. 2013년을 기준으로 인구 10만명당 3명꼴이다. 서양보다 발병률은 낮지만, 나이가 들수록 서서히 증가하는 양상이다. 국립암센터 자료를 보면 19세 이하에서는 매우 드무나, 20대부터 조금씩 증가해 40대 이상에서 급증하고 있다.

흑색종은 대개 유전되거나, 자외선 노출 등 환경적 요인으로 발병한다. 멜라닌색소가 적어 자외선에 취약한 백인에게 흔하다. 피부암 중 가장 위험한 악성 흑색종은 피부나 점막에 있는 멜라닌 세포에서 생긴다. 20~50%는 검은 점에서 생길 수 있다. 동양인에서는 손발, 특히 손바닥이나 발바닥에 발생기는 말단흑색점흑생종이 가장 흔한데, 비교적 노년에 생긴다.

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유박린 교수는 “자각 증상이 없으면 평범한 점이나 결절로 보일 때도 있어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며 “검은 점이 갑자기 새로 생기거나, 이미 있던 점의 크기가 갑자기 0.6cm 이상으로 커지거나, 모양이 불규칙하고 비대칭적으로 변하거나, 색깔이 균일하지 않을 때 악성화를 의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신 면역치료제에 주목 = 악성 흑색종은 조기 발견해 수술로 완전히 절제하는 것이 근본 치료다. 하지만 식별하기 어렵고 쉽게 전이돼, 상당히 진행된 단계에서 발견될 때가 많다.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 항암화학요법이 그다지 듣질 않고, 투여할 약물의 종류도 많지 않아 위험하다.

요즘 등장한 면역항암제에 거는 기대가 크다. 기존 항암제가 암세포를 직접 공격했다면 면역항암제는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게 만든다. PD-1, CTLA-4, LAG-3 등 면역세포 표면에서 암세포와 상호작용하는 수용체를 억제해 백혈구를 구성하는 T세포의 면역기능을 활성화시키는 원리다. 즉 T세포 억제수용체와 암세포 수용체의 결합부분, 이른바 면역체크포인트를 차단해 T세포가 암세포를 잘 인식하고 억제하도록 돕는다.

국내에는 BMS의 ‘여보이(이필리무맙 성분)’와 ‘옵디보(니볼루맙)’, MSD의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가 흑색종 치료를 위한 면역항암제로 보건당국의 허가를 받았다. 여보이는 CTLA-4라는 수용체를 억제하는 단일클론항체로, 지난 2014년 말에 승인됐다.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전이된 흑색종 환자들의 생존기간을 늘려 처음 미국 FDA의 승인을 받은 면역항암제다.

여보이에 이어 지난해 승인된 옵디보와 키트루다는 PD-1 수용체를 억제하는 단일클론항체다. 모두 여보이 투여 후 진행이 확인된 전이성 흑색종 치료제로 승인됐다. 미국 FDA는 두 치료제를 ‘획기적 치료제’로 지정했다. 키트루다는 악성 흑색종 완치를 선언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투여 받은 약물로 알려져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

엄청난 약값, 급여화 관건 = 옵디보는 지난 22일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로부터 흑색종 치료제로 보험적용을 지지받아 주목된다. 외신들에 따르면 NICE는 전이성 흑색종 환자에 대한 옵디보 단독 투여를 보험당국에 최종 권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학요법보다 생존률은 높였지만, 환자 반응률이 저조한데도 보험적용을 지지받았다. 비싼 약값에도 불구하고, 흑색종 환자에게 투여할 약물의 종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면역항암제는 급여화가 관건이다. 여보이의 약값이 현재 월 1천만원, 옵디보와 키트루다는 이보다 더 비싸게 형성돼 있다. 현재 옵디보와 키트루다에 대해서는 단독요법이나 다른 치료제와 병용요법으로 흑색종뿐 아니라 폐암과 두경부암 등 다른 암종으로 적응증을 넓히려는 임상이 진행 중이다. 약값이 비싼데, 적응증이 확대되면 환자군도 넓어져 보험재정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급여화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는 면역항암제의 등장으로 화학요법과 표적항암제 등 기존치료제와 병합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면역항암제는 표적항암제처럼 초기에 극적인 효과를 보이지는 않지만, 종양반응을 보인 환자에서 장기 지속성이 우수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약을 끊는 기간에 대한 연구도 이슈다.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방영주 교수는 지난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6개월에서 1년간 투여 후 약을 끊었다가 증상이 악화되면 다시 투여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배민철 기자 mcbae2000@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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