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임상시험, ‘오케스트라형’으로 바꿔라

최근 대학생들 사이에서 ‘임상시험 아르바이트’는 ‘꿀 알바‘에 속한다. 비교적 힘들이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상이 강해서다. 임상시험은 의약품 등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증명하기 위해 사람을 대상으로 해당 약물의 효과를 확인하고 이상반응을 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제약사들 사이에서 신약개발 붐이 일면서 국내 임상시험 규모가 급속히 커지고 있다. 요즘 임상시험 지원자를 구하는 구인광고가 봇물을 이루는 이유다. 그러나 임상시험 알바는 ‘위험한 알바’가 될 수도 있다. 임상시험용 의약품은 개발 단계여서 부작용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프랑스에서 신약 임상시험에 참여한 남성이 사망하면서 해외에서도 임상시험 안전성 논란이 불거졌다. 이 사건이 임상시험 지원자 모집에 악영향을 끼칠까 우려하는 제약업계 목소리도 나왔다.

임상시험 어떻게 이뤄지나=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이번 사망사건을 계기로 임상시험 절차를 특집으로 최근 보도했다. 임상 1상은 약의 상용화를 위한 첫 단계 실험으로 동물에 실험하는 전임상후 신진대사와 독성에 대해 확인하는 과정이다. 임상 1상의 절반 이상은 건강한 ‘지원자’에게 시행된다. 암 연구와 같은 고위험군의 임상시험은 이미 다른 치료법에 실패한 환자만 나설 수 있다.

약의 ‘효과성’과 적절한 ‘투여량’은 임상 2상에서 연구한다. 마지막 단계인 임상 3상은 기존 치료제와 위약 효과(플라시보 효과)를 비교하며 이루어진다. 이 단계에서도 복용량과 투여 방식(투여 제형)을 다듬는다. 보건당국은 세 단계 임상시험이 완료되어야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가한다. 따라서 신약이 개발되기 위해서는 총 10년에서 15년이 걸리게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임상시험도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선진국과 같은 국제기준을 따르고 있다.

제약업계의 고충=최근 한미약품의 8조원 대 기술 수출로 업계에 훈풍이 부는 것은 사실이지만 신약개발에 대한 부담감도 적지 않다. 제약 산업은 ‘규제의 산업’으로 제품 개발, 인허가, 제조, 유통, 판매 가격까지 국가에서 꼼꼼하게 규제한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신약 개발은 ‘고수익 고위험(High Risk High Return)’의 구조다. 가까스로 최장 15년이 걸리는 임상 3상을 모두 마쳐도 보험 기준에 따른 판매 제한이나 추가 연구 수행 위험이 따른다. 또 향후 시장성 확보에 대한 리스크를 해당 기업이 짊어져야한다.

실제로 과거에는 제약사들이 약효와 안전성의 문제로 임상시험 2상에서 신약 개발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가격부문의 전략적 경쟁과 차별성의 벽에 부딪혀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당뇨병 신약은 ‘심혈관 합병증’과 관련한 연구 데이터를 추가로 제출해야한다. 즉 임상시험 3단계를 모두 마쳐도 또다시 수천 명에서 수만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추가 연구를 수행해야한다. 이 연구에만 평균 1조 5천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투자 대비 시장성을 장담할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임상을 중도 포기하는 사례가 수두룩하다. 영세한 벤처형 제약회사는 임상시험을 시작할 엄두도 못 낸다. 국내 임상시험 실패율은 90%에 이른다.

신약 기획 단계부터 ‘오픈 이노베이션’ 활성화해야=우리 정부가 2020년까지 글로벌 신약 10개 개발을 목표로 3백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규제 완화를 손질하는 등 바이오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걸맞게 업계의 폐쇄형 R&D도 변화 중이다. 최근에는 교수, 의사, 제약사 등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기획 단계에서부터 협력해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케스트라형 R&D 방식으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중소 바이오 벤처사는 혁신적인 신약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도 인적·물적 인프라 등의 문제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기 어려웠다. 이에 따라 삼성서울병원·고대안암병원·경북대병원·가천대길병원·분당차병원 등이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과 함께 자문·기술사업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범부처신약개발산업단의 주상언 사업단장은 “생리학·생화학 등 모든 부문의 전문가들이 신약 개발의 기초 리서치부터 참여하면 실패율을 줄일 수 있다”며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약을 개발하면 신약 개발 성공률이 약 3배 증가한다는 통계가 있다”고 했다.

유한양행 남수연 중앙연구소장은 “신약 개발 성공 여부는 좋은 아이디어를 어떻게 과학적으로 증명해 높은 가치 창출을 할 것인가에 달려있다”며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산학이 소통하고 팀워크를 다지면서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송영오 기자 song05@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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