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권리 찾기, “메뉴판에서 항생제 추방”

몸속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의 영원한 이슈는 약에 대한 내성이다. 항생제를 남용해 내성이 생기면 ‘약발’이 떨어진다. 의사 처방을 받아 안전하게 쓴다 해서 항생제 내성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진 못하다. 우리가 즐겨 먹는 육류를 통해서도 내성균이 쌓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병들지 않고 잘 자라도록 가축에 항생제를 처방하는 축산농가들은 세계적으로 여전히 많다.

매년 3월 15일에 열리는 ‘세계소비자권리의 날’을 앞두고 국제소비자기구(CI)가 ‘항생제를 메뉴에서 추방하자’는 내용의 캠페인을 단행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올해에는 CI와 전세계 회원국이 항생제가 들어간 육류 판매를 중단시키기 위해 뭉칠 예정이다.

항생제가 들어간 육류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동물에 항생제를 투여하는 행위가 인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대두되자 맥도널드와 코스트코 등 대형 체인점들은 항생제가 들어간 육류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항생제를 과다 투여한 고기와 우유 등을 먹게 되면 약물에 대한 몸속 박테리아의 내성이 더 커지고, 유익균도 함께 죽어 장내세균총의 균형이 무너지게 돼 위험하다. CDC측은 “내성균을 가진 동물이 도축되는 과정에서 일부는 고기를 통해, 일부는 오물이나 배변으로 빠져 자연생태계를 교란시킨다”며 “결국 상위포식자인 인간에게 다양한 내성균이 축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가축용 항생제에 대한 위험성이 주목되는 반면, 항생제 사용량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팀에 따르면 세계 각국에서 사용한 가축용 항생제양은 지난 2010년 6만톤에서 오는 2030년에 10만톤을 넘어설 전망이다. 특히 아시아인의 육류 소비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의 출현 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생기면 감염에 취약해진다. CDC는 “항생제가 들어간 육류를 많이 섭취하면 자가면역질환이나 호흡기질환, 감염성질환 등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내성균으로 약발이 떨어지면 2차, 3차 항생제를 투여하지만, 기존 항생제보다 덜 효과적이면서 가격은 비싸고 부작용은 크다는 지적이다. 이는 의료비 등 사회적 비용의 증가로 이어진다.

CDC는 무분별한 가축용 항생제 처방을 막기 위해 식품의약국(FDA)과 함께 ‘항생제 및 내성균 모니터링 프로그램(NARMS)’을 운영하고 있다. 덴마크와 영국 등 유럽은 친환경과 안전성을 무기로 무항생제 육류를 세계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국내 시장도 무항생제 육류를 생산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은 상태로 도축된 육류에 한해 인증 마크를 수여하는 등 친환경 축산의 정착을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 중이다.

    한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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