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바꾼다고 환자 불만이 사라질까

 

한미영의 ‘의사와 환자 사이’

피부과를 운영하고 있는 김원장은 직원들이 불친절하다는 환자 말에 직원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신경 써 줄 것을 주문했다. 그런데 다음날 직원들 모두 무단결근으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진료에 큰 차질을 빚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믿었던 직원들에게 상처를 받았던 김원장은 그 일 이후로 직원들과는 적당히 거리를 두고 사소한 오해라도 생길까 말을 아끼기로 결심했다.

개원가 의사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직원의 친절도와 관련된 불만사항을 접하는 것이다. 친절을 강요하던 시대는 지났지만 환자유치도 힘든 상황에서 부드럽지 못한 언행으로 환자를 불쾌하게 한다는 것은 곧 환자를 내쫓는 것과 같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더욱 더 강경하고 단호하게 조심할 것을 지시한다.

위 사례에서 원장이 직원에게 당부한 요지는 불만을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해 언행에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극히 사소하고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직원들의 해석이 달랐다는데 있다. 항상 직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늘 희생을 강요하면서 해왔던 매번 똑같았던 질책은 그간 쌓여왔던 서운함을 단체 행동으로 내몰기에 충분했다.

의료영역은 환자 한 사람을 두고 여러 전문가들이 참여함으로써 완벽한 서비스가 구현된다. 여기에는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 의료기사, 보조원 등 다양한 인력이 동원된다. 그래서 매끄러운 프로세스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누구 하나 소홀해서는 안 된다. 서로가 완벽할 것을 주문한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환자가 컴플레인을 한다. 이 때 함께 문제를 풀기보다는 원인제공자가 누구인가를 가려내는데 혈안이 돼 서로를 비난하며 견제하는 양상으로 발전한다. 환자가 줄고 있는 병원일수록 조급하고 답답한 마음에 오롯이 직원들에게 그 화살이 돌아간다.

이러한 현상은 규모가 작은 병원일 수록, 의료진에게 권한이 집중될수록 강하게 나타난다. 통제와 권한이 의료진에게 집중돼 있기 때문에 사건규명과 해소방안을 찾는데 있어 어떠한 객관적인 절차 없이 일방적인 지시와 통제로써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결국 직원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인력 변경이 가장 빠른 해결책으로 결론을 낸다.

개원가는 단순한 업무를 보조하고 반복하는 일인만큼 사람이 바뀐다면 모든 것이 해소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문제 직원이 나가도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장 급해 직원을 구해도, 심사 숙고해서 오랫동안의 면접을 봐 직원을 뽑아도 내 마음 같지 않은 직원들 때문에 실망감만 쌓이기는 마찬가지이다.

소규모 병원에서는 인력구조 특성상 직원들간 다툼도 잦고 직원들 또한 자주 바뀐다. 이러한 갈등 양상은 의료진과 직원과의 관계에서도 나타난다. 서로의 입장만 주장하다 대치상황으로 발전해 직원들이 갑자기 그만두는 상황이 생기면 그 뒷감당은 모두 의료진의 몫이 된다. 유독 의료계는 이런 일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그렇다면 이렇게 반복되는 문제는 사람에 기인한다기 보다는 소통의 부재, 관리시스템의 부재에서 오는 것으로 봐야 한다. 목표를 향해 함께 가는 리더십, 기꺼이 따르는 팔로워십,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십에 대해 의료계 누구도 훈련 받지 못한 상태에서 의료진은 다양한 갈등상황에 노출된다. 그렇기 때문에 의견을 달리할 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서로 도와야 하며 조직이 어떻게 함께 풀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조차 버거워 한다.

의료계 종사자들은 의료진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인정의 욕구가 남달리 강하다. 각자의 전문성에 대한 자부심이 높고 사소한 것에도 완벽을 추구하는 습성이 있다. 그러나 오더에 의해 수동적으로 움직여야 하기에 상당히 위축되어 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사소한 문제로 인한 질타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의료진들이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의료진들은 직원들 사이의 개입을 꺼려한다. 거리감을 지키는 것이 직원에 대한 예의라 생각한다. 그 대신에 중간관리자를 통해 지시하고 통제하려 든다. 그렇게 되면 이야기가 와전돼 불필요한 오해가 더해져 서로가 원하는 바를 잘 못 해석하는 해 오히려 갈등의 불씨를 키우는 상황이 생기게 된다.

갈등해결의 실마리를 푸는 것은 바로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듣는 수용적인 자세일 것이다. 의료진이 걱정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직원들은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결하려는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서로의 의도를 파악하고 극간을 줄여야 한다. 직원에 대한 호통과 지시가 그 역할을 충실히 하던 시대는 지났다.

5명에서 10명 내외로 꾸려지는 의원급의 경우 원장과 직원이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더욱 세심한 배려와 협력방안이 모색되지 않으면 의료진과의 갈등은 예고된 행로가 될 것이다. 조화롭게 일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직원과의 교류는 곧 환자와의 교류를 의미한다. 진료에는 집중하지만 직원관리는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의료진이 많다. 의료진이 환자를 돌보듯이 직원이 무엇이 불편하지,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일을 잘 할 수 있는지 살핀다면 당연히 직원들도 환자들의 세심한 표정을 살피는 습관이 생길 것이다.

병원도 창업이라 불리는 요즘, CEO라면 유지가 아닌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 보는 눈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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