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에 강한 자극… 여체의 향기 물씬

 

이재길의 누드여행(15)

알폰스 뮤샤의 작품세계

1839년 사진이 대중 앞에 드러나기까지 수많은 예술가들과 대중들은 새로운 예술시대의 개막에 대한 막대한 기대감을 안고 있었다. 더구나 질 좋은 그림들을 그리기 위해 ‘사진’이 반드시 필요했던 화가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반가운 소식이었으리라. 그야말로 그 당시에는 회화를 위한, 회화에 의한 사진의 탄생이 이미 예고된 듯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회화의 전위적인 영역에 사진의 영향력이 부각되면서 시각예술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을 흔들어놓았다. 프랑스 역사화가로 알려진 ‘들라로슈’는 “이제 회화는 끝났다”고 주장한 바 있다. 사진의 출현이 회화의 역사에 얼마나 큰 충격을 끼쳤는지 알 수 있는 대목으로 사진과 회화의 복잡 미묘한 역사가 이때부터 시작된 것을 알 수 있다.

회화에 대한 사진의 영향은 특히 ‘누드’ 부문에서 크게 일어났다. 당시 신화적인 대상, 혹은 가장 이상적인 존재를 표현하기 위해 여성의 누드는 선망의 대상이 되어왔다. 이 중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극대화하여 가장 인간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한 대표적인 사진가로 당시 프랑스에서 화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였던 알폰스 뮤샤(Alphonse Musha)를 꼽을 수 있다.

알폰스 뮤샤는 다른 회화주의 사진가들 과는 다른 독특한 사진적인 관점을 갖고 있었다. 구도, 앵글, 프레임의 분위기 등 사진의 근본적인 요소들을 자신의 회화적인 표현에 적극 활용한 것이다. 한 장 의 종이 위에 디자인적인 요소와 사진적 인 공감대가 동시에 깃들인 그의 드로잉에서 단연 ‘누드’가 돋보인다.[그림 1] 굵고 얇은 연필선으로 여체의 선과 형체를 날카롭게 그려내어 여성미가 더욱 투영된다. 여인은 도대체 그에게 어떠한 존재였을까?

그의 모든 작품들 속에는 ‘여인’이 주인 공처럼 등장한다. 매우 안정되고 정확한 구도 속에서 가슴을 드러낸 여인의 풍채 는 오늘날에는 찾아볼 볼 수 없는 낭만이 돋보인다. 특히 화려한 색채들과 고풍스 러운 분위기로 인해 여체의 고운 향기를 느끼게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무심히 유혹하는 여인의 표정, 가장 편안해 보이는 누드의 자태(姿態)를 고스란히 담아낸 알폰스 뮤샤, 그는 도대체 여성의 누드를 보며 무엇을 투영하려 했던 것일까? 그에게 예술의 창조물은 ‘누드’였고, 사진을 통해 그 본체들을 증명하기 시작했다. ‘예술은 단지 영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존재한다’라고 주장한 것처럼 알폰스 뮤샤에게는 여성의 ‘누드’는 인간의 내면적 가치가 담겨있는 살아있는 실체였다. 또한 ‘사진’은 그것을 드러내는 절대적인 소통매체였던 것이다. 그의 사진들이 대부분 누드사진이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리라.

풍부한 선과 색채들을 사용하여 매혹적인 여성을 묘사한 그의 그림은 ‘아르 누보’양식의 정수로 꼽힌다. 이러한 그의 회화양식은 누드 사진에서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당시 알폰스 뮤샤가 활동했을 때에는 다게레오 타입이 성행하던 때였기에 흑과 백을 통해서만 사진의 표현이 이뤄졌다. 누드사진에 묻어나는 흑백의 뚜렷한 명암 대비는 여성의 묘한 섹슈얼리티를 재현한다. 여인의 벗은 몸을 향해 비추는 빛의 찬란함 속에서 살아 숨쉬는 듯한 생명력을 흑백의 순백함으로 거침없이 토로하였다.

알폰스 뮤샤는 빛을 통해 여성의 숨겨진 실체들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당시 사진기술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세련된 사진 재현과 누드의 풍부한 질감을 담아낼 수 있었던 것은 ‘빛’을 읽는 그의 강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넉넉한 공간감과 안정된 앵글기법, 자연스러운 모델의 연출 등은 그의 회화작품에서는 찾아 볼 수 없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이다. 소묘나 그림에서 여인의 누드만 화면 가득 그려내었다면, 누드사진에서는 공간, 환경과 공감하는 여체의 은밀함을 드러내었다. 여인의 심적 요인들을 상징하듯, 은유적이고 시적인 분위기로 여성의 누드와 기이한 조화를 이룬다. 이는 현실 속에 관계를 맺어가는 인간의 본질을 표현하는 듯 하다.

여성의 온기, 여체의 부드러운 살갗, 숨 막히는 누드의 환상에 대한 전율을 가슴 속 깊이 느낄 수 있는 것은 알폰스 무하의 누드사진에서 묻어나는 ‘회화성’이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이는 들라로슈가 언급한 것과 달리 회화는 사진에 의해 죽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진과의 절대적인 관계에 의한 새로운 예술의 힘, 그 시작은 여성의 누드에서 시작되고 있음을 알폰스 뮤샤의 누드사진이 증명하고 있다.

※ 그림 출처

[그림 1] : https://www.pinterest.com/pin/451767406344580826/

[그림 2] : http://poulwebb.blogspot.kr/2013/04/alphonse-mucha-part-8.html

※ 사진 출처

[사진 1] : https://www.pinterest.com/pin/82261130668623787/

[사진 2] : https://www.pinterest.com/mojva/alfons-mucha-photographer/

※ 이재길의 누드여행 이전 시리즈 보기

(14) 강렬한 명암 대비… 지척 같은 여체의 숨소리

(13) 품위라곤 없는 누드, 태초의 순수미로 되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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