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해도 되레 곡해…. 급증하는 과잉진료 논란

 

한미영의 ‘의사와 환자 사이’

이번 달 초 정부가 발표한 보건복지통계연보에 따르면 의료서비스 불만족 이유에서 과잉진료가 차지하는 부분이 3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0여년 전 발표된 10.7%에 비해 3배 가량 증가한 수치이다.

불만족 사항으로 조사된 불친절, 높은 의료비, 미비한 치료결과, 대기시간, 의료시설 낙후, 전문인력 부족 등의 항목은 점점 감소추세를 보이거나 대동소이한 증감변화를 보인 반면에 ‘과잉진료’ 항목만 10년새 3배나 증가한 것이다. 이렇게 유독 과잉진료만 증가한 이유가 궁금해 진다. 생존으로 내몰린 의사들, 실제 과잉진료가 많아졌기 때문일까?

통계연보에 따르면 면허를 받은 의사 수는 1995년 5만7천여명에서 2014년에는 11만명이 훌쩍 넘었다. 20여년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제한된 환자수를 두고 경쟁하는 구도라면 의료진들의 과잉진료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단순히 증가된 의사수가 과잉진료로 이어졌다는 인과관계로 결부시키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 듯하다. 그렇다면 늘어난 의사 수 외의 다른 원인은 없을까? 의료서비스 불만족으로 응답된 과잉진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른 시각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진단장비와 신약이 꾸준히 개발돼 소개되고 있다. 번거로운 절차 없이 쉽게 질병을 진단하는 획기적인 방법이 보편화되고, 약물의 효과 역시 탁월한 신약으로 환자들의 고통이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고 있다.

다만 이러한 최신진단장비와 신약들이 공공보험영역에 포함되지 않아 재정적 부담은 환자의 생각 보다 커질 공산이 크다. 예를 들어 기존 검사와 치료가 10만원이라 할 때 비보험으로 권유된 검사와 치료로 10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고 치면 환자 스스로도 망설여 진다.

의사의 양심에 따라 통증으로 고통 받을 환자의 입장에서 고려된 처방전일 지라도 환자가 전적으로 수용하지 못한다면 의사는 한낱 제 주머니 불리려는 부도덕한 장사꾼으로 오해를 받게 된다. 이처럼 의료기술과 의약의 비약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진단기법과 신약들이 보험제도 안으로 수용되지 못하면 의료진의 선한 의도는 쉽게 왜곡될 것이다.

환자의 시선에서 보자면 과잉진료란 필요이상의 검사와 치료가 행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검사의 적정성 여부를 구분하지 못하는 이들 역시 환자인 만큼 검사와 치료여부에 의료진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고 자연히 설명의 양 또한 절대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필자가 환자와의 눈높이에 맞는 설명을 주장할 때 한 원로의사가 이와 관련해 에피소드를 들려 주었다. 설명이 적극적이고 구체적일 수록 환자가 의료진의 의도를 왜곡해 검사와 치료를 강요한다고 해석한다는 것이다. 환자에게 했던 적극적 설명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예상치 못한 이야기에 의료진과 환자의 소통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통감했던 적이 있었다.

참으로 씁쓸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의료진의 어떤 이야기든 곡해 한다는 의미가 아닌가 싶다. 의사와 환자 사이에서는 신뢰가 있어야 하거늘 그러한 기본적인 전제조건마저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 현장의료진의 녹록하지 않은 소통환경을 대변하는 듯 했다.

이는 수지 타산을 맞추기 위해 진료시간을 줄여 보다 많은 환자를 봐야 하는 의사의 현실적인 문제와 그간 3분진료에 서운한 속내를 감춰온 환자 사이에서 감춰진 불통의 마찰음이 아닌가 싶다.

진료행위에 따른 정부의 보험수가의 원가 보존율은 70%를 밑돌고 비보험진료로 진료수익을 올려야 하는 우리 내 의료진들의 생존환경이 달라지지 않는 이상 의료진들의 과잉진료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원가 보존율 100%를 지켜주지 못하는 정부의 보험정책 앞에서 그 누구도 의료진에게 따져 물을 수 있는 일도 아니다.

통계에서 보이듯 의료서비스 불만족 이유에 과잉진료 비율이 높아진 것은 단순히 경쟁으로 내몰린 의사가 많아져서 생기는 문제라기 보다 의료진의 말 한마디에도 민감해진 국민정서가 불신으로 쌓여가고 있음을 시사해주는 것일 지도 모른다.

의료진의 진심이 과잉진료로 오인된다는 점은 의료진 모두가 관심을 갖고 들여다 봐야 한다. 그래야 보다 다양한 소통의 방법이 개발될 수 있으며 비로소 곡해 없이 마음을 여는 환자도 많아질 것이다. 따라서 의료진의 다양한 노력들은 신뢰관계 회복에도 분명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서로가 피해자라 생각하는 의사와 환자의 관계 속에서 환자도 의사도 서로의 불편한 마음을 내려 놓기가 힘들다. 책임론을 거론하기 이전에 의사의 소신진료가 과잉진료로 해석되지 않도록 서로의 마음의 벽을 허무는 일, 그리고 환자와의 신뢰를 쌓는 일들에 대해 의료진 모두가 용기 내어 먼저 다가가 주길 바란다.

얼마 남지 않은 올 한해 누군가는 마음 따스한 의사를 기억하며, 일에 보람을 갖게 했던 환자를 기억하며 모두가 서로의 존재에 대해 고맙게 여기는 한 해로 마무리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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