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한의사 의료기기 허용 땐 전면 파업”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문제로 대두된 의료일원화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양.한방 의사단체와 정부가 모여 구성한 의료현안협의체의 합의문 초안에 의료일원화에 앞서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확대를 허용하는 정부 중재안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의료계는 강력히 반발했고, 한의계 역시 의료일원화보다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이 먼저라며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한의사협회 범의료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지난 20일 긴급회의를 열어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과 원격의료 관련 시도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정부가 이러한 정책을 계속 추진하면 전면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광래 비대위원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보건의료 기요틴 정책은 국민건강과 한국의료의 기반을 뒤흔드는 나쁜 정책”이라며 “비대위가 중심이 돼 끝까지 항전하겠다”고 강조했다.

전공의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21일 “현대의료기기를 한의사들에게 허용한다면 비상체제로 전환해 전공의 총파업에 대한 투표를 진행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일부를 허용하려는 정부의 술책에 말려들지 말고, 굴욕적인 의료일원화 논의를 당장 중단하라는 메시지도 의협에 보냈다.

공회전을 거듭해 온 의료일원화 논의는 최근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둘러싼 논란이 촉발되면서 다시 추진됐다. 국민의료와 관련한 문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의협과 대한의학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한의학협회,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국민의료 향상을 위한 의료현안협의체’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달 말, 의협과 의학회가 토론회를 열어 교육과정과 면허 통합을 통해 한의사와 한의대생을 자연 소멸시키고, 한의사를 의료법상 의료인에서 삭제하는 내용의 의료일원화 추진안을 내놓기도 했지만, 한의계의 냉소적 반응과 쟁점을 둘러싼 의료계 내부의 엇갈린 의견으로 의료일원화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확대를 허용하는 내용을 포함한 의료현안협의체의 합의문 초안이 유출되면서 의료계는 강경한 자세로 돌아섰다. 전국의사총연합 등 일부에서는 미온적인 대처로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빌미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추무진 현 의협 회장을 탄핵하려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의협은 지난 15일 성명을 내고, 법무법인 자문과 법원 판례 결과를 들어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연구목적으로도 불법인 명백한 불법 의료행위라며, 한의사들이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려는 시도를 현대의료기기로 각종 검사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한약을 잘 팔 수 있도록 포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의료법 27조에서는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나 의약품을 이용한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의대, 치대, 한의대나 기타 연구기관에서 연구 목적으로 의료행위를 하는 자는 보건복지부령에서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가능하다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의료계의 반발에 한의계도 ‘본말이 전도됐다’고 지적했다. 한의협은 21일 보도자료를 내고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료일원화가 전부인양 비춰지는 것은 유감”이라며 “의료일원화보다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규제개혁이 먼저”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의협은 “2014년 12월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문제가 국무조정실 규제 기요틴 사항으로 발표되고, 지난 4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공청회와 10월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부가 한의사 의료기기 문제를 연내에 해결하겠다고 밝힌 것과 배치되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의협은 “이미 의료현안협의체에 참석한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이 회의 때마다 협의체의 시작이 한의사의 엑스레이, 초음파 등 의료기기 사용 문제 때문이었다는 것을 확인해줬다”며 “서로 공감대를 넓히고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의료기기를 함께 사용하면서 객관적인 데이터로 각자의 치료효과와 예후 등을 이야기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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