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때도 없는 설사… 장질환자 희망솔루션 5

 

웬만하면 한 번쯤은 출근길에 급박한 설사 등으로 얼굴이 하얗게 질려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소화관에 만성 염증이 생겨 설사와 혈변, 복통 등의 증상이 수시로 재발하는 염증성 장질환자의 상당수는 이 때문에 공중 화장실 이용에서부터 학교, 직장, 연애, 결혼에 이르기까지 생활 전반에서 말 못할 고민을 겪고 있다.

대한장연구학회 조사에 따르면 염증성 장질환자 10명 중 6~7명은 질환으로 학업과 업무, 가사 활동에 지장을 받고 있으며,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환자 3명 중 1명은 승진이나 학업 등에 불이익을 당할까봐 질환을 주변에 숨겼다. 이러한 환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장연구학회가 16일 희망솔루션을 발표했다. 상황별 희망솔루션을 살펴보면 염증성 장질환자들이 일상에서 수시로 얼마나 큰 어려움에 직면하는지 주변 사람들도 쉽게 공감할 수 있다.

화장실 이용으로 일상에 영향을 받을 때 = 항상 여벌의 옷과 휴지를 들고 다니고, 외출하기 전에 화장실을 이용한다. 긴급하면 장애인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다산 콜센터 또는 화장실 찾기 앱을 활용한다. 주변에 자신의 질환을 솔직히 밝히고 화장실과 가까운 곳에 자리를 부탁하거나, ‘기다릴 수 없다(I Can’t Wait)’고 적힌 카드를 항상 휴대해 필요할 때 보여주며 양해를 구하는 것도 극복 방법이다.

피할 수 없는 음식을 권할 때 = 회식 자리에 음식을 대신할 수 있는 도시락이나 음료를 미리 준비해간다. 장에 무리를 주는 술이나 특정 음식을 먹지는 못하더라도 가능하면 춤과 노래, 대화 등 다른 끼로 회식 자리에 열심히 참여하는 이미지를 심어준다. 술을 권하면 첫 잔만 입에 대고 질환 때문에 더 마시지 못한다고 밝히고, 술을 거절하기 힘들다면 빈 컵을 준비해 술을 마시고 빈 컵에 뱉거나 소주잔에 물을 따라서 마신다.

입원과 치료로 학교나 직장을 빠져야 할 때 = 학생의 경우 선생님께 질환을 밝히고, 직장인이라면 직장 상사 또는 인사 담당자에게 학회가 제작한 질환 공문과 진단서 등을 제출한다. 질환은 솔직히 밝히고, 가급적이면 정기적으로 검진 일정을 잡아 미리 양해를 구하는 것이 좋다. 휴가나 결석 후에는 열심히 공부하고, 업무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장기 입원에 대비해 평소 행실에 신경 쓰며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 신임을 얻는다.

주변에 질환을 알려야 할지 고민될 때 = 휴대전화에 질환을 쉽게 설명할 수 있도록 학회가 제작한 질환 안내 자료와 동영상을 저장하고, 자세하게 설명해 이해를 돕는다. 아이젠하워 전 미국 대통령이나 가수 윤종신과 같은 유명 인사들도 이러한 질환을 가지고 잘 살아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가깝고 소중한 사람일수록 질환에 대해 솔직히 밝히고, 치료와 관리만 잘 하면 다른 만성질환처럼 큰 문제없이 사회생활이 가능하다고 알려준다.

임신, 출산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때 = 배우자나 애인과 함께 병원을 방문해 질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의료진과 상의해 임신을 계획한다면 자녀 출산이 가능하다는 것을 설명한다. 환우회 모임에 참가해 가정을 꾸려 자녀가 있는 환자 사례를 듣고 공유한다. 평소 건강하고 밝은 모습을 애인에게 보여주며 사랑과 신뢰를 쌓아가며 극복하도록 한다.

이러한 희망솔루션은 학회 의료진과 염증성 장질환자, 환자 가족이 워크숍을 통해 논의한 질환 극복 경험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마련됐다. 학회는 직장과 학교에 환자들이 제시할 협조 공문과 질환 소개 자료, 환자들을 위한 화장실 양보의 사회적 공감대와 배려 문화 확산을 위한 희망 동영상도 제작해 학회 홈페이지 등에 공개했다. 동영상에는 염증성 장질환자가 화장실에서 양보를 부탁했을 때 일반인의 반응이 촬영돼 실험 카메라 형식으로 담겼다.

학회 한동수 회장(한양대 구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은 “염증성 장질환은 환자 본인의 적극적인 관리와 함께 주변의 배려가 있다면 환자들의 치료 효과는 물론 사회생활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학회에서는 질환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화장실 양보 등 환자들이 배려를 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질환 극복에 대한 희망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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