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고령 의사 보면 “혹시 당신도…?”

 

한미영의 ‘의사와 환자 사이’

최근 발생된 다나의원의 C형 간염 집단발병은 메르스 이후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며 진정국면을 맞을 찰나 국민들에게 또 다른 충격적인 사건으로 남게 됐다. 의료계의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에 국민들 역시 불감증인지 예전처럼 호들갑스런 반응은 없다.

오히려 정상적인 사고가 어려운 뇌병변 장애 등급판정까지 받은 의료진이 진료를 행한 것에 대해 의료계 전체가 더 큰 쇼크를 받은 분위기다. 이번 사건 역시 정부의 관리시스템이 없었고, 예고된 인재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만큼 사전지도가 미약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가 지역주민과 특정 종교단체의 사람들이 많았다는 의미에서 일부 사람들의 피해로 인식되겠지만, 대안도 대책도 갈길 먼 이번 사건은 분명 의사를 믿고 따랐던 소수의 환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게까지 피해를 미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조금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국민들은 호들갑스런 반응대신 병원을 찾을 때마다 고령의사의 건강상태를 살필 것이고, 주사를 맞을 때마다 새로운 주사기가 맞느냐는 것에 대한 농담 섞인 질문을 의료진에게 던질 것이다. 당분간 의료진과 환자 사이에서는 놀란가슴 다독이듯 이런 확인절차를 서로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것이다.

환자는 현재의 시점보다 과거 진료행적에 의심을 품게 된다. 행여나 지난 과거에 받았던 진료 중 의사의 말투가 어눌했다거나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치료를 받은 적이 없는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쓸데없이 과민해 지는 환자도 일부 생겨날 수도 있다. 이는 필자의 확대 해석이기만을 바랄 뿐이다.

불신의 벽을 허물기 위해선 많은 시간과 애정을 들여야 하지만 이와 같은 사건은 하루아침에 믿는 의사도 다시 보게끔 하는 상황을 연출시킨다. 그러고 보면 의심의 눈초리를 견뎌야 하는 의사도 피해자이긴 마찬가지다.

의사의 진료도, 비의료인의 진료 개입만이 이번 사건을 촉발시킨 것은 아닐 것이다. 이들의 상식 밖의 진료행태는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건이 이렇게 커져서야 당국의 조사를 받게 된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우선 그곳에서 일했던 직원도 있을 것이다. 아무리 의사의 지시에 일하는 피고용인 입장이라 한다지만 이런 불법이 자행되도록 방조했다는 사실은 묵인 할 수 없다. 의사의 면허관리 제도만 논할 것이 아니라 의료계 전체의 윤리의식을 다시 한번 다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부 역시 계도차원에서 일반 병원과 다른 양상을 띠는 주사제 처방을 두고 문서와 전화통화로 계도를 했다고는 하지만 소극적 관리에 보란 듯이 사건은 크게 터졌다. 이제야 제도를 보완하겠노라는 늦장대응이 조금은 민망스럽기까지 하다.

다나의원의 그간 행적을 보고 모두가 직무유기를 한 셈이다. 국민의 건강권을 두고, 직업적 소명의식도 없었고, 정부의 엄격한 제제도 없었다. 한 개인의 잘못이라 하기엔 왠지 우리사회의 보건 안전망이 허술하다는 느낌이 든다.

다나의원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의사 사이에서도 엄격한 자정기능과 직업적 윤리, 그리고 올곧은 철학이 함께 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언제나 그랬듯이 큰 사고는 예고 발생되지만 이에 대한 법적, 제도적 장치에는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게 늘 지적된다.

의료기술은 나날이 세계적 명성을 더해가는데 크고 작은 사건이 이어지면서 의료진과 환자 사이의 신뢰관계는 어찌되어 퇴행을 거듭하고 있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환자와 의사와의 신뢰란 한 겨울 강가의 살얼음판과도 같다. 그래서 외부충격에 쉽게 깨어지다가 시간이 지나면 얇은 얼음으로 다시 굳어지곤 한다.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의사와 환자 사이에 돈독한 신뢰 쌓기가 참으로 어려운 일이 돼 버렸다. 의사와 환자 사이가 신뢰로 이어진다고는 하지만 그러한 신뢰는 어떻게 쌓이고 유지될 수 있는 것인가? 원론적 질문이긴 하지만 누군가 명쾌한 답을 내 놓았으면 좋겠다.

그 사이에 의료진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환자의 윤리로, 의술을 악용하지 않는 의사의 윤리로 서로를 대하며, 의료진과 환자 사이에서 바른 의료이용을 모니터링 하는 직원의 윤리가 존재하는 의료계를 통해 국민 모두가 신뢰하는 보건의료 강국이 되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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