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 우울, 발작…. 보름달이 뜨면 조심하라

태어난 시점을 기준으로 운명을 점치는 별자리 운세는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이기만 할까. 일부 과학자들은 미세하게나마 과학적인 근거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늘에 떠있는 달의 움직임에 따라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도파민의 수치가 달라질 수 있는데, 이러한 수치 변화가 인간의 기분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다. 달은 진짜 우리의 행동과 기분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캘리포니아대학교 LA캠퍼스(UCLA) 천문학과 장-뤽 마르고 박사에 따르면 달은 의심할 여지없이 우리의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 마법처럼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지만 소소하게나마 파급력이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밤새 뒤척이며 잠을 설친다?= 보름달이 뜰 때마다 잠을 제대로 못자고 뒤척거린다면 단지 우연의 일치가 아닐 수도 있다. ‘현대생물학(Current Biology)저널’에 실린 스위스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보름달이 뜰 때 수면의 질이 떨어지거나 잠드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

보름달이 뜰 때 이들의 멜라토닌 수치 역시 감소했다. 멜라토닌은 수면호르몬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제대로 분비되지 않으면 수면장애의 원인이 된다. 연구팀에 따르면 달의 밝기가 수면에 영향을 미쳐 잠을 방해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면제(Sleep Medicine)저널’에도 수면클리닉 환자들이 보름달이 뜬 날 잠자는데 어려움을 느낀다는 논문이 실린 바 있다.

기분이 언짢아진다?= 영어로 ‘광기’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단어 ‘lunacy’는 달을 가리키는 라틴어에서 비롯됐다. 보름달이 뜨는 날 조울증이 심해지거나 심리적으로 고통을 받는다는 믿음이 과거부터 있었던 것이다. ‘정서장애저널(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에 실린 UCLA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달은 사람의 기분을 좌우하는 속성이 있다. 물론 이는 신령스러운 힘 때문이 아니라 수면부족으로 인한 변화다.

피의 흐름에 영향을 미친다?= 달의 인력이 지구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밀물과 썰물을 통해 확인된다. 이처럼 달이 바닷물에 영향을 미친다면 사람의 몸속에 있는 유동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칠 수 있다. ‘국제간호진료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Nursing Practice)’에는 보름달이 뜨는 날 소화관 출혈 환자가 증가한다는 근거를 소개한 논문이 발표된 바 있다.

그런데 이 논문에 통계학적인 오류가 있다는 반박논문도 최근 발표됐다. 서로 가까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인력이 달의 인력보다 1000배 이상 강력한 만큼 달이 사람의 신체변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대동맥 출혈 환자들을 수술한 210건의 케이스 보고에 따르면 보름달이 떴을 때 수술 받은 환자들이 초승달이 떴을 때 수술 받은 환자들보다 사망한 확률이 79% 낮았다. 달이 체내 유동체에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이 유효하다는 의미다.

임신한 여성의 산기를 일으킨다?= 보름달이 뜨면 출산율이 높아진다는 민담이 있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16만7000명의 출생 데이터를 분석해본 결과, 출생률과 달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보름달이 뜰 때 임신부들이 산기를 보인다는 말은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발작의 원인이 된다?= 달이 간질 발작을 유도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간질&행동(Epilepsy & Behavior)저널’에 논문을 발표한 브라질 연구팀이 간질 발작으로 돌연사한 케이스들을 살폈다. 그 결과, 사망 사례의 70%가 보름달이 뜬 날 일어났다. 하지만 보름달과 발작사이에 특별한 연관성이 없다는 논문도 발표되고 있어 달이 사람에게 일으키는 효과와 관련된 논쟁은 계속 진행 중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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