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 전율… 움직이는 누드 속 ‘또 다른 실체’

 

이재길의 누드여행(12)

사진과 사진과의 연속된 관계, 움직이는 누드

19세기 중후반은 시각예술의 황금기라고도 할 수 있다. 1839년 사진이 발명 된 이후, ‘기록’과 ‘재현’의 도구를 통해 다양한 예술표현들이 쏟아져 나왔다. 한 장의 사진에서 볼 수 없었던 시선의 사각지대에서 제한된 형식과 방법의 틀로부터 벗어남으로써 예술세계의 새로운 ‘아우라’가 등장하게 된다.

특히, 한 장의 사진이 아닌 연속된 여러 장의 사진들을 통해 시각적인 새로움을 재발견하기도 하였다. 1872년, 철도왕 릴랜드 스탠퍼드가 빠른 속도로 달리는 말의 네 다리가 특정 순간 동시에 땅에 닿는다는 과학적 사실을 입증하고자 영국인 사진가 ‘에드위어드 머이브릿지’(Eadweard Muybridge)를 고용하게 된다. 머이브릿지는 12장의 사진을 이용하여 말이 달리는 순간에 지면에 닿는 모습들을 담아냄으로써 ‘연속사진’이 탄생하게 되었다. 머이브릿지가 발명한 연속사진은 추후 영상의 시대를 열고 영화가 발명되는 역사적 단초가 되었고, 인간의 움직임 속에서 내면의 가치를 그려온 사진가이자 화가인 ‘에드가 드가’에게 영감을 주기도 하였다.

머이브릿지는 ‘찰나(刹那)의 미학’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그의 미학적 표현에 주된 대상은 사람들의 ‘누드’였다. 벌거벗고 움직이는 인물, 그리고 움직이는 인물의 연속된 동작들은 존재에 내재된 가장 근본적인 본질성을 묘사한 듯 하다. 당시 많은 사진가들이 촬영한 누드사진들은 질감적 표현과 여체의 부드러운 선 등을 통해서 여성미를 강조해 온 반면, 머이브릿지는 움직이는 인체의 누드를 통해 태초의 창조물이 갖는 실체들에 대해 초점을 맞추었다.

의외의 공간 속에서 유유히 걸어가는 여성의 벌거벗은 몸은 자유로운 상상과 비현실적인 느낌마저 들게 한다.『사진 1』 그리고, 움직이고 있는 여성의 누드로부터 존재에 대한 또다른 인식과 아름다운 그 실체가 드러나기도 한다. 걷고 있는 여체로부터 비춰지고 있는 고운 선은 신비스럽게 빛나고, 인체의 동작에서 누드의 새로운 형체가 투영되어 보인다. 이러한 점들이 바로 머이브릿지가 움직이는 누드 모델을 촬영해야만 했던 이유가 아니었을까?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의 누드도 그의 피사체(被寫體)가 되었다.『사진 2』 머이브릿지는 남성의 누드에는 여성의 누드에서 찾기 어려운 멋스러움이 있다는 것을 확고히 믿고 있었다. 그는 남성을 상징하는 근육, 넓고 단단해 보이는 어깨, 성기 등만이 남성미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격렬한 운동이나 동작을 통해 나타나는 역동적인 힘을 남성의 상징성으로 보여주고자 하였다. 그의 사진은 당시에 사회적인 억압으로부터 해방을 꿈꾸는 듯한 작가의 열망이 누드사진들을 통해 고스란히 묻어나는 듯 하다.

머이브릿지의 누드사진들은 매우 과학적인 관점으로 사진이야기를 감미롭게 담아내었기에 차원이 다른 예술세계를 보여주었다. 즉, 삶 속에서 보이지 않는 사소한 과학의 요소들을 누드사진의 예술세계를 통해 나타내었다는 점에서 그의 작품세계는 매우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누드’의 감춰진 내면의 절대적인 세계를 매우 사실적으로 나타냈을 뿐만 아니라, 사진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인식을 넓혀주었기 때문이다.

여성과 남성의 누드가 감동과 아름다움의 본체가 되어 ‘전율’로 다가오는 이유가 이것이다.

※ 사진 출처

『사진 1』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Female_nude_motion_study_by_Eadweard_Muybridge_(2).jpg

『사진 2』 http://www.invaluable.com/auction-lot/muybridge,-eadweard-1830-1904-nude-man-swinging-8-c-78345f7b73

※ 이재길의 누드여행 이전 시리즈 보기

(11) 작은 구멍 통해 보는 ‘입체 누드’…상상력 폭발

(10) 에로틱하면서도 고귀한… 흑과 백의 ‘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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