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속 박테리아, 내 식사량까지 조절”

 

오후 업무가 힘든 이유 중 하나는 점심식사 후 찾아오는 식곤증 탓이다. 밥을 먹고 난 뒤 나른해지는 이 같은 현상을 ‘푸드 코마(food coma)’라고도 부른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식사 후에도 비교적 쌩쌩한가하면 어떤 사람은 푸드 코마에서 헤어 나오질 못한다. 왜 이런 차이가 벌어질까.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소화관에 기생하는 미생물의 종류에 따라 식후 찾아오는 나른함의 정도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미생물이 사람의 음식 섭취량을 조절해 나른해질 정도로 배부르게 먹도록 유도하기도 하고, 적당히 먹고 멈출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소화관에 기생하는 박테리아 중 ‘이콜라이(E. coli)’라는 대장균이 있다. 이 대장균은 식후 20분이 지나면 뇌에서 식욕억제반응을 일으키는 호르몬과 연관된 단백질을 생성한다. 이는 체내 박테리아가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중요한 사실이다.

한 사람의 몸에 기생하는 미생물 수는 지구에 거주하는 모든 인구수를 합친 것보다도 훨씬 많다. 무려 100조 개 이상의 미생물이 한 사람의 몸에 기생한다.

다행인 것은 대부분의 미생물은 건강에 별다른 해를 끼치지 않는다. 대체로 유순하고 온화한 성질을 가졌다는 것이다. 일부 박테리아는 오히려 긍정적인 기능을 하기도 한다. 인체 세포들이 영양분을 처리하고, 감염원과 싸워 이길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체내에서 미생물이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허브가 되는 곳은 소화기관이다. 인체에 기생하는 미생물의 70%가 대장의 일부분인 결장에 산다. 이곳에 기생하는 박테리아 중 하나가 바로 이콜라이다.

이콜라이는 위장장애, 소화장애 등을 연상케 하는 기분 나쁜 박테리아지만 건강한 사람의 몸에서도 발견되며 사람의 식습관을 결정하는데도 영향을 미친다. 이 대장균은 자신의 숙주가 되는 사람이 호화로운 식사를 하든 정크푸드를 먹든 그 영양분을 함께 흡수한다. 이를 통해 생존을 이어나가고 번식을 한다. 또 숙주의 식사량을 조절하는 역할까지 한다.

프랑스 루앙대학 연구팀이 실험참가자들의 소화관과 혈액 내에서 ‘ClpB’라는 박테리아 단백질 수치를 조사했다. 사람이 음식물을 섭취하면 이콜라이가 영양분을 공급받고 이 단백질을 생성한다. 연구팀이 식후 20분이 지난 뒤 실험참가자들의 ClpB 양을 조사해본 결과, 식전보다 2배 늘어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단백질은 펩티드 PYY라는 호르몬의 분비를 자극하는데, 이 호르몬은 뇌가 배부르다는 느낌을 받도록 신호를 보낸다. 즉 이콜라이가 사람의 포만감에 관여한다는 의미다.

이콜라이는 결장에 기생하는 박테리아의 1%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향후 좀 더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박테리아들을 연구하면 박테리아가 사람의 행동과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세포대사저널(Journal Cell Metabolism)’ 최신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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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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