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딘 칼로는 나를 어쩌지 마라… 당근이지!

 

정은지의 식탁식톡 (36) / 당근

세계에서 감자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이용되는 채소입니다. 그런데 슬프게도 아이들의 접시에선 마지막에 꼭 남겨진 채소이기도 하지요. 제 맛이 싫다나 뭐라나…,그 특유의 단맛을 알려면 한참 더 기다려야겠죠? 그래서 제 안의 영양 한껏 뽐내 보려구요. 맛보다 영양으로 유혹하기, 자신 있냐구요? 그야 ‘당근이죠!’

원래 저는 하얀색이나 보라색이었답니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처음 주황색 당근이 나왔는데요. 네덜란드 왕실의 위엄을 나타내는 오렌지색을 따라 저도 적황색으로 만들었답니다. 주황색은 카로티노이드라는 색소 성분 때문입니다. 이 성분은 노화로 이한 시력 감퇴를 예방해주죠. 카로티노이드는 주황빛 고구마에도 풍부하게 들어있습니다. 한 논문에서는 이런 식품을 즐겨먹는 사람들은 노인성황반변성에 걸릴 위험이 25~35% 낮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지요.

채소 중 베타카로틴 함유량이 가장 많은 것도 제 자랑 중 하나입니다. 베타카로틴은 체내에서 비타민 A로 전환되는 성분이죠. 비타민 A는 시각을 유지하고 눈 건강에 필수적인 로돕신을 생성하는 영양소입니다. 제 베타카로틴은 몸통의 과육부분보다는 껍질 부분에 더 많이 함유되어 있답니다. 저 당근 속 비타민 A는 지용성이므로 식용유 등 기름을 첨가한 조리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당근에 올리브오일 등을 뿌려 샐러드로 먹거나 익혀먹으면 비타민 A를 효과적으로 섭취 할 수 있지요.

싱싱한 채소들도 함께 먹을 때는 주의할 것이 있어요. 무나 오이는 저와 잘 어울리지 않답니다. 함께 섞거나 즙을 낼 경우 제 안에 비타민 C를 파괴하는 아스코르브산 산화효소로 인해 좋은 효과를 내지 못합니다. 따라서 무나 오이와 같은 비타민 C가 풍부한 다른 채소들과 섞는 것을 권하지 않은데요. 그래도 다른 채소들과 곁들이지 않을 수가 없지요. 식초를 살짝 떨어뜨려 산성으로 만들면 이 비타민 C 분해효소의 작용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효소는 열에도 약해서 삶아서 요리하면 다른 채소들과 만났을 때 비타민 C 분해 작용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저는 생으로 먹어도 좋지만 익혀먹을 때 영양을 좀 더 잘 섭취할 수 있다는 사실 잘 아시죠? 앞서 언급한 핵심성분 카로티노이드는 생채에는 7,300㎍ 함유돼 있지만 익히면 8,300㎍로 늘어납니다. 이 성분이 체내에서 비타민A로 변한다 했잖아요. 생 당근으로 먹을 때는 4,100 IU정도 섭취하는데 비해 익혀먹을 때의 비타민A는 4,600 IU 정도로 증가하지요. 더욱이 소화흡수율이 낮아 생으로 먹으면 약 10%만 흡수되고, 익히거나 식용유 등 기름에 조리하면 흡수율이 30~50%로 높아진답니다.

자르는 방법에 주의 하세요

저는 요리하기 까다로운 채소가 아닌데요, 자를 때만큼은 예민해진답니다. 얼마나 날카로운 칼을 쓰느냐에 따라 제 상태가 달라지기 때문인데요. 연구에 따르면 날카로운 칼로 잘라 섭씨 4도에서 보관하면 대장균 수가 감소합니다. 반면에 무딘 칼로 잘라 섭씨 8도에서 보관하면 대장균이 쉽게 침투해 생존합니다. 무딘 칼로 자르면 날카로운 칼로 잘랐을 때보다 표면적이 넓어져 영양소가 많아지지만 더 많은 세균이 더 깊이 침투하기 때문이지요. 당근의 껍질을 벗길 때는 상관이 없습니다. 당근 자르는 법과 보관 온도와 함께 조리법을 알아두면 효과적인 당근 요리 할 수 있겠죠? 그럼요 당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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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지 기자 jeje@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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