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쾌거’ 아직 ‘험난한 검증’ 남았다

 

한미약품이 초대형 라이선싱 아웃(기술 수출)에 잇따라 성공하면서 국내 바이오제약주를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주식시장의 장밋빛 전망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미약품이 올해 들어 릴리와 베링거인겔하임, 사노피, 얀센 등 대형 글로벌 제약사에 신약 기술을 수출해 체결한 계약액은 8조원을 웃돈다.

하지만 당장 손에 쥘 수 있는 계약금은 1/10 수준인 7300억원이다. 나머지는 단계별 임상시험과 허가, 상업화에 따라 받는 마일스톤(milestone)이다. 마일스톤은 일종의 성공 보수이기 때문에 임상시험이 중단되거나 신약 후보물질이 폐기되면 받을 수 없는 돈이다.

실제 신약이 제품화돼 시장에서 실적을 내기란 소가 바늘구멍을 지나가는 것만큼 쉽지 않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임상1상에 진입한 물질이 시장에 나올 확률은 10%에 못 미치며, 임상3상에서 실패할 확률도 절반에 이른다. 세계제약협회연맹(IFPMA)은 신약 개발에 실패한 후보물질만 수천종에 이르며, 매년 150~200종씩 늘고 있다고 추정했다.

한미약품에 유입되는 계약금 7300억원은 지난 수년간의 R&D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는 큰 금액이지만, 임상시험에 재투입되기 때문에 기업 수익개선에 미칠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다. 다국가.다기관 연구로 진행되는 임상3상이 길어지거나 실패하기라도 하면 개발비는 급증하기 마련이다.

유럽에서 당뇨 신약의 임상1상을 준비 중인 안국약품 관계자는 “향후 진행될 임상시험에 따라 개발비가 얼마나 들어갈지 특정하기는 힘들다”며 “기술 수출을 위한 투자자를 찾기 위해 폭 넓게 접촉 중”이라고 말했다.

유한양행의 R&D를 이끌고 있는 남수연 상무는 “R&D 과제에 대한 가치평가가 가능해졌고, 어느 정도 성공과 실패가 보인다”며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벤처 캐피탈을 만나 대화하고, 투자자를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미국제약협회가 집계한 신약 1개당 개발비용은 13억달러, 우리 돈으로 1조50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세제 혜택과 마케팅비, 제품화 실패비용을 빼면 실개발비는 1/10분인 1억2000만달러라는 보고도 있다.

지금까지 개발된 국산 신약 26개는 평균 10년에 걸쳐 500억원 안팎의 개발비가 투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글로벌 신약 1호인 LG생명과학의 팩티브는 3000억원이나 투입됐지만, 제품화 후 매출 실적은 기대에 못 미치는 모양새다.

얼마가 투입되든 신약 개발비의 60~70%는 임상시험에 쓰인다. 신약 승인에 대한 정부 규제는 점점 강화돼 임상시험 기간과 참여 환자 수가 늘면서 임상시험 비용은 증가세를 띠고 있다.

한미약품이 사노피에 기술 수출한 당뇨 신약 포트폴리오인 ‘퀀텀 프로젝트’는 에페글레나타이드만 임상2상을 마쳤고, 인슐린 주사제와 콤보는 임상1상 중이거나 전임상을 마친 단계이며, 베링거인겔하임에 수출한 폐암신약 후보물질은 임상2상에 막 진입한 상태이다.

퀀텀 프로젝트는 바이오 의약품의 약효 지속 시간을 연장해주는 한미약품의 독자 기반기술인 ‘랩스커버리(LAPSCOVERY)’가 적용돼 제품화와 상업화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도 먹는 당뇨약의 방출과 흡수를 조절하고, 당뇨 주사제의 투여 횟수를 줄이기 위한 신약 개발은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광원 교수는 “잠재력을 인정받은 한미약품의 당뇨 신약이 투여량과 투여횟수를 줄여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면 당뇨 치료에서 의미를 가질 것으로 생각되지만,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해야 한다”며 “사노피와 합의한 단계별 목표대로 임상에서 최상의 결과를 얻어야 마일스톤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건너야 할 산이 많다”고 말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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