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이 무서워”… 지나친 청결, 되레 더 위험

 

버스 손잡이, ATM 버튼, 빌딩 문손잡이 등 일상에서 만지는 물건들에는 수많은 오염원이 묻어있다. 개인소유물인 컴퓨터 키보드나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런 물건과 접촉할 때마다 손을 씻는 ‘불결공포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손을 씻는다. 그런데 과학자들에 따르면 이처럼 손을 자주 씻으면 건조해진 손 틈 사이로 오히려 세균이 침투할 위험률이 높아진다.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을 비롯한 세균에 대한 두려움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현미경으로만 봐야 보일 정도로 작은 미생물이 심각한 질병이나 죽음의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막연한 두려움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외출 후 손을 씻으라거나 네일샵에서 멸균과정을 거친 도구를 사용하라는 정도의 위생방침은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세균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 역시 문제가 있다는 게 과학자들의 주장이다.

공중화장실을 사용하기 싫어 사회활동을 기피한다거나 손에 피가 날 정도로 손 씻기를 반복하는 사람들에 대한 우려다. 세균 중에는 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도 있지만 반대로 건강에 도움이 되는 미생물도 있다. 그런데 손을 너무 자주 씻으면 이처럼 유익한 미생물까지 함께 제거된다는 설명이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체내 미생물 생태계 환경을 보존하고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 만성질환을 비롯한 질병 위험률이 낮아진다. 사람은 매일 수조 개에 달하는 미생물과 공존하며 생활하는데, 이들의 대부분은 인체에 위험하지 않다. 미국 존슨홉킨스 의과대학 감염병학과 트리쉬 펄 교수는 심지어 이들 중 일부는 인간의 건강한 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펄 교수는 “소화기관에 기생하는 세균이든 피부표면에 붙어있는 세균이든 인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들이 있다”며 “음식물의 소화나 위의 산성 유지를 돕고, 질병과 싸우는 기능을 한다. 미생물들과 공존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체내 환경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지나친 청결이 다양한 질병의 위험률을 높였다는 분석도 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비만, 천식, 알레르기 등은 과도한 청결과 연관이 있다. 또 항생제의 과잉사용은 항생제로 쉽게 제거되지 않는 박테리아인 ‘슈퍼버그’, 즉 ‘항생제 내성세균(MRSA)’이 늘어나는 원인이 됐다.

미국 토마스제퍼슨대학교 피부생물학과 로렌스 패리시 교수에 따르면 손이 트거나 피가 날 정도로 과도하게 손을 씻어서는 안 된다. 피부가 건조해지고 살이 트게 되면 오히려 박테리아가 침투하기 쉬워져 세균이 증식하게 된다.

그렇다면 손은 도대체 언제 씻어야 하는 걸까. 패리시 교수에 따르면 정원 가꾸기나 잉크카트리지 교체하기처럼 오염물이 확실히 묻었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나 화장실을 사용한 뒤, 식사하기 전에는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 하지만 키보드나 TV리모컨을 만졌다거나 지하철 기둥을 잡고 난 뒤에는 굳이 손을 씻을 필요가 없다고 보았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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