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씹는 소리도 못참는 당신은… ‘미소포니아’

 

누군가 껌을 딱딱거리며 씹는다거나 음료수를 홀짝대며 마실 때 피가 거꾸로 솟는다면 ‘미소포니아’라고 불리는 소리혐오증일 가능성이 있다. 이는 특정한 소리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런데 최근 이 증상을 가진 사람이 가진 장점을 밝힌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소포니아가 있는 사람은 창의적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소리혐오증이 있는 사람은 보통 사람들이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소리에 ‘투쟁-도주 반응’을 보인다. 이 상황에 대응해 싸울 것인가, 혹은 이를 피해 상황을 모면할 것인가 결정하는 본능적 반응을 보인다는 의미다.

이들은 껌 씹는 소리,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헛기침하는 소리처럼 보통 사람들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소리에 과민하게 반응하며 화가 나거나 불안감을 느낀다. 그래서 ‘선택적 소음 과민 증후군’ 혹은 ‘청각과민증’이라고도 불린다.

증상은 대체로 10살 전후인 학령기 아동에 이르렀을 때 나타나기 시작해 나이가 들수록 점점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점점 더 다양한 소리에 혐오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 이렇다할만한 연구 성과가 없는데다 일부 의사들은 심지어 이 증상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할 만큼 많이 알려진 바가 없다.

미소포니아가 있는 사람은 시끄러운 소음에 민감해 하는 것이 아니다. 공사장에서 들리는 드릴소리나 자동차의 요란한 경적소리는 누구나 듣기 싫어하는 소리다. 이들은 이런 소음보다 은은하고 일반적인 소리에 반응하는데 보통 사람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소리다. 이런 소리가 일시적으로 들릴 때보단 지속적으로 반복될 때 큰 불편을 호소한다.

그런데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이들에게도 장점이 있다. 특정한 소리에 지나치게 과민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창조적인 사고를 한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독창성과 창조성을 평가하는 테스트에서 좋은 점수를 얻은 것이다.

그런데 창의적인 사고를 한다고 해서 미소포니아에 시달리고 싶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미소포니아는 연구가 더딘 만큼 뚜렷한 치료법이 없다. 텍사스대학교 신경과학자 오게 R. 몰러 박사는 자신의 신경을 거스르는 소리를 가급적 피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귀마개를 착용한다거나 듣기 싫은 소리를 상쇄시킬 수 있는 백색소음에 노출되는 방법 등이다. 행동치료나 심리치료 역시 증상을 완화하는 방편이 될 수 있다.

몰러 박사는 이 증상이 청각장애의 문제는 아니라고 말했다. 소리에 반응한 뇌가 어떻게 활성화되는가의 문제라는 설명이다. 소리에 두려움을 느끼는 고성공포증인 ‘포노포비아’와도 다르다. 포노포비아는 높은 소리나 큰 소리를 무서워하는 증상이기 때문에 비교적 평범한 소리를 혐오하는 미소포니아와는 다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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