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불만-통증… 병원 난동의 ‘3종 세트’

 

한미영의 ‘의사와 환자 사이’

10여 년 가까이 ‘의료인폭행방지법’안이 발의됐다 폐기되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서 의료계는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 실패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올해 들어 법안이 상정돼 보건복지소위원회를 통과해 희망의 빛을 보는 듯 했으나 여전히 법제사법위원회에 표류되면서 이번 국회에서의 폐기 가능성도 조용히 거론되고 있다.

이법의 취지는 의료진이 진료에 집중하고 환자들이 안정적 환경에서 진료받도록 하기 위해 병원내 의료진을 협박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 일반 장소보다 좀더 엄히 다스릴 것을 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 시점에서 보면 의료진이 법의 영역 밖에 있는 것은 아니다. 의료진은 경찰에 도움을 언제든지 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의료진을 충분히 보호할 만큼의 보호장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폭행죄처럼 물리적인 폭력에만 강경대응자세를 취하지만 욕설과 폭언이 협박으로 이어지는 크고 작은 소란행위에는 소극적 자세를 취한다. 이것이 현장의료진들의 볼멘소리이다.

그러나 강력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어지는 의사와 환자 사이에서 발생되는 크고 작은 소란행위는 폭력만큼이나 의료진에게 치명적이다. 생명과 관여해 판단하고 치료해야 하는 등의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의료진의 업무특성을 감안한다면 엄격한 안전장치는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의료진에게 불만이 있다면 누구나 폭언과 폭력으로 표출 시킬 수 있다는 위험한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뭔가 의료진의 적극적 자세를 이끌어 내고 환자 자신의 요구조건이 충실이 받아 들여질 것이라는 무리한 생각을 한다. 법 제정 이전에 폭언과 폭력을 쉽게 생각하는 시민의식 부재도 폭언과 폭력이 방치되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환자 누구나 불안한 마음과 병을 염려하는 마음에서 혹은 오진을 걱정하는 다급한 마음에 말과 행동이 과격해 질 수는 있다. 의료진 역시 이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의료진을 힘으로 대하고 물리력을 행사하는 등 피해를 주는 범죄행위가 정당화 될 수는 없다.

의료진에게 불만이 생기고 불합리한 진료행위로 피해를 보았다면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많다. 우선 불만사항을 의료진에게 당당히 이야기하고, 이에 대한 대답을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환자의 권리이며 의무에 해당된다.

명쾌하게 해결이 안 되는 억울함이 있다면 한국소비자원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과 같은 제3의 전문 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들 기관 역시 병원입장이 아닌 환자와 의료진 중간입장에서 가장 최적의 판단을 내려주고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소비자로서 환자의 권리를 보호 받고자 한다면 충분히 활용가능하다.

환자가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 해결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면 의료진 역시 그 전에 환자의 불안과 불만에 귀를 기울이는 태도가 습관화 되어야 한다. 통증, 합병증, 부작용 등에 대한 환자의 불안한 마음을 이해하고 불안을 다독이는 의료진의 태도야 말로 다시 한 번 환자의 마음을 녹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환자나 그 가족이 이성을 잃게 하는 이유로는 방치되는 불안과 불만이다. 제때 보살핌을 받지 못한 불안은 곧이어 불만으로 발현된다. 이로써 불만이 장기간 지속되다 보면 결국 해결방법을 찾지 못한 환자는 초조함을 이기지 못해 난폭한 범죄자로 전락하게 된다.

이런 메커니즘을 이해한다면 서비스 과정에서 불안을 유발하는 요소는 없는지, 의도치 않게 환자를 무시하는 발언은 없는지, 의료진의 설명이 형식에 그치는 것인지, 보다 인격적인 대우를 요하는 프로세스는 없는지 곱씹어 봐야 한다. 불안에 대한 원초적 문제를 찾아내 관리한다면 의료진에 대한 신뢰는 기대이상으로 쌓여질 것이다.

전문가들은 환자의 이성을 잃게 만드는 주요요인으로 불안과 불만 그리고 통증 이 세가지를 지적하고 있다. 환자들의 성숙된 시민의식을 주문하기 전에 의료진의 세심한 보살핌이 환자들에게 보이고 느껴지도록 하는 것이 법 이전에 폭력과 폭언을 병원에서 몰아내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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