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의 사기’ 줄기세포 복제 획기적 개선

 

차병원그룹, 체세포복제줄기세포 성공률 3배 향상

올해 환자 맞춤형 치료제 세계 첫 임상 시험 가능

국내 법규 제한 등 한계… 경쟁우위 유지에 난관

황우석 사태 이후 세계적으로 주춤했던 체세포복제줄기세포 연구에 서광이 비쳤다. 국내 연구팀이 체세포복제줄기세포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 빠르면 올해 안에 환자 맞춤형 체세포복제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에 세계 최초로 돌입할 전망이다.

체세포복제줄기세포란 성인의 체세포를 난자와 결합해 모든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초기 줄기세포를 가리킨다. 환자 자신의 줄기세포로 치료제를 만들어 쓰기 때문에 난치병 정복의 길을 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줄기세포주를 확립하기 어렵고, 공여된 난자의 질에 따라 성공 여부가 갈려 성공률이 1~2%에 그치는 등 그간 맞춤형 치료제 개발에 난항을 겪어왔다.

지난해 4월 성인의 체세포를 복제해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한 차병원그룹 줄기세포 연구팀은 지난 29일 판교 차바이오컴플렉스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체세포복제줄기세포의 생성을 저해하는 후성 유전학적 요인을 세계 최초로 밝혀내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증진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세계 최고의 권위지인 ‘셀스템셀’에 오늘(30일) 게재됐다.

차병원그룹 이동률 교수팀과 미국 차병원 줄기세포연구소 정영기 교수팀은 하버드대 이장 교수팀과 공동으로 일반배아와 체세포복제배아를 이용한 유전자 발현 분석을 시행해 상당수의 체세포복제배아에서 배아발생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발현이 ‘히스톤메틸효소(H3K9me3)’에 의해 억제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 효소의 활성을 감소시키는 단백질(KDM4A mRNA)을 주입해 억제된 유전자의 발현을 재개시켜 체세포복제배아의 발생률을 높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단백질을 주입한 56개의 체세포복제란으로부터 15개의 포배기배아를 생산했고(26.8%), 4개의 정상적인 체세포복제배아줄기세포주를 수립해(7.1%) 지난해 연구(1~2%)보다 3배 이상 높은 결과를 얻었다. 이는 냉동 난자를 사용한 시험관 아기의 초기 임신 성공률인 5%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동률 교수는 “체세포복제배아줄기세포주의 수립은 오직 우수한 질을 가진 난자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기술적 제약을 해결했다”며 “한 사람이 기증한 난자만으로도 1개의 체세포복제를 만드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확보된 체세포복제배아줄기세포주는 망막질환을 가진 환자가 공여한 체세포를 이용해 제작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이다. 연구팀은 이 줄기세포를 망막상피세포로 분화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차병원그룹은 지난 5월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노인성 황반변성 치료제를 개발해 4명의 환자 중 3명의 환자에서 시력 개선 효과를 확인하는 등 관련 기술을 확보한 상태이다.

차병원그룹 대외협력본부장인 전병률 차의대 교수는 “앞으로 연구를 통해 (체세포복제배아줄기세포) 성공률을 더욱 높여야겠지만, 이 정도 수준도 충분히 임상에 적용 가능한 단계라고 생각한다”며 “비로소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이 본격화됐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연구비 지원은 물론 법규 제한 등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난자 사용에 대한 윤리적 문제 때문에 이번 연구 역시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차광렬 차병원그룹 회장은 “국내에서는 난자 사용에 대한 윤리적인 부분을 문제 삼고 있지만, 미국 등에서는 시험관 아기를 시술한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시술 후 난자를 연구용으로 기증하기도 한다”며 “미국에서 연구해도 우리 특허라 상관없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협업에도 문제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후발그룹의 거센 추격으로부터 기술적 우위를 지키고 진전시키는 데 장애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체세포복제줄기세포에 성공한 팀은 세계적으로 3팀에 불과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후발주자들의 추격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국내 줄기세포 연구 1세대인 윤영섭 연세대 특임교수는 “줄기세포 자체가 미국과 유럽에서도 핫 토픽이인데다 연구비가 몰려 있고, 평판도 쌓을 수 있는 분야기기 때문에 연구자들이 몰려 레드오션을 이루고 있다”고 전했다.

차병원그룹 연구팀의 체세포복제줄기세포는 현재 세계 과학계를 주도하고 있는 일본의 유도만능줄기세포(iPS)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기술로 평가된다. iPS는 종양을 만들어낼 수 있고, 분화가 100% 이뤄지지 않으면 다른 조직으로 갈 수 있는 문제가 있다. 전병률 교수는 “일본은 iPS 기술을 육성하기 위해 관련 법규를 바꾸는가 하면 iPS를 개발한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교수 한 명에게만 10년에 걸쳐 1조원 이상의 연구비를 투자하는 등 미래 의료산업의 타깃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배민철 기자 mcbae2000@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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