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먹는 게 더 문제” 가공육 과민 반응 말라

 

최근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햄과 소시지, 베이컨 등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한 것과 관련해 국내 전문가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암이 생길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확실하다는 뜻이지 먹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IARC에 따르면 가공육의 경우 하루 50g 이상 섭취하면 발암 위험이 18%, 적색육을 하루 100g 이상 먹으면 발암 위험이 17% 높아진다. 가공육 50g은 핫도그형 소시지 한 개와 비엔나소시지 5개 정도, 적색육 100g은 작은 안심 스테이크 한 개 정도에 해당하는 양이다.

한국인의 가공육 섭취량은 IARC의 위험 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 2010∼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보면 한국인의 평균 1일 가공육 섭취량은 6g에 불과하다. 가공육을 많이 먹는 상위 5%의 경우 하루 14g, 상위 1% 이내는 151g을 섭취한다.

소고기와 돼지고기 등 적색육의 1일 평균 섭취량도 56g으로 IARC가 경고한 하루 100g 이상의 절반 정도 수준이다. 하지만 적색육 섭취량이 많은 상위 5%는 하루 302g, 상위 1%는 886g을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식의약품 전문가들은 IARC의 이번 발표를 가공육을 지나치게 많이 먹는 사람들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평가했다. 그리고 양질의 동물성 단백질과 철분, 칼슘 등이 풍부한 고기를 즐기되 지나치게 많이 먹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최윤재 교수는 “우리나라의 노인의 90% 이상이 현재 적색육 등 육류 섭취가 부족한 상태”라며 “정부가 연령대병, 성별 적정 육류 섭취량을 마련해 국민에게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을 주문했다.

과민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단국대 식품공학과 백형희 교수는 “지나친 육류 섭취는 심장병과 당뇨병 등 다른 질병의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1군 발암물질 분류에 너무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IARC는 발암물질을 1~4군까지 분류하고 있다. 1군 발암물질에는 가공육을 비롯해 술과 담배, 석면, 2군에는 커피와 붉은 고기, 다이옥신, 전자파, 3군에는 차(tea) 등이 포함돼 있다.

백 교수는 “가공육이 발암물질 1군으로 분류됐다고 해서 가공육 섭취가 흡연이나 석면만큼 위험하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가공육이 암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증거가 충분하다는 의미이지, 위해의 정도를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중요한 것은 먹는 양이다. 호서대 임상병리학과 정상희 교수는 “현재 가공육 소비량이 정말 위험한지는 국민들의 식생활 패턴을 조사한 뒤 평가할 문제”라고 했다.

IARC가 이번에 문제 삼은 가공육 내 발암가능 성분은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 이환방향족아민(HCA), 니트로스아민, 헴(heme), 철이다. 성균관대 약대 김형식 교수는 “PAH, HCA를 최대한 적게 먹으려면 고기를 불에 직접 구워먹지 말고 삶거나 익히는 등 고기에 열을 가급적 낮게, 짧게 가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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