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딸이 50대 엄마보다 유방암 “더 위험”

 

우리나라 젊은 여성의 유방암 발병 확률이 중년 여성보다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딸과 50대 엄마가 똑같이 74살까지 살면 딸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한국유방암학회는 10월 유방암 예방의 달을 맞아 연령대별로 250명씩 전국의 20~50대 여성 1천명을 대상으로 유방암 발생률을 예측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29일 밝혔다. 조사결과를 보면 50대 여성이 74세까지 생존할 경우 유방암 발병률은 3.14%인 데 비해 20대는 7.42%로 발병 위험이 2.4배 정도 높았다. 20대 여성 13명 중 1명꼴이다.

학회는 이러한 차이를 비교적 젊은 20~30대와 중년인 40~50대의 생활환경이 크게 달라진 데에서 찾았다. 젊을수록 초경은 빨라지고, 출산율은 낮기 때문이다. 이른 초경은 유방암 위험을 높이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기간을 늘리고, 낮은 출산율은 유방암 발병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출산과 모유 수유를 경험할 비율을 낮춘다.

이번 조사에서 20대 중 13세 미만에 초경을 경험했다는 응답자는 23.6%나 됐지만, 50대에서는 4.8%에 그쳤다. 반면, 40~50대의 82%가 출산을 경험했으나, 20~30대의 출산 경험은 25.2%에 불과했다. 결혼과 출산 적령기인 30대 여성 중에서도 미혼 비율은 40.4%나 됐고, 절반이 넘는 54%는 출산 경험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초경이 빨라진 20~30대가 이처럼 낮은 출산과 모유수유 비율을 유지한다면 유방암 발병은 증가세를 띨 수밖에 없다. 유방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 주 1회 이상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비율 역시 40~50대가 66%로 20~30의 55.6%보다 높았다.

한국유방암학회 한세환 이사장(아주대병원 유방암센터장)은 “이미 WHO도 한국을 서구만큼 유방암 위험이 큰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며 “특히 현재 젊은 여성은 활발한 사회 진출과 달라진 생활로 정기적인 검진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학회에 따르면 유방암 신규환자는 지난 1996년 3800여명이던 것이 2012년 1만7000여명으로 16년간 5배 이상 증가했다. 여성 10만 명당 환자 수도 70.7명을 기록해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젊은 여성의 생활 습관이나 사회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이러한 증가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유방암은 0~2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이 90%를 넘고, 나이에 맞는 검진과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실제 유방암 환자 수는 급증하고 있지만, 조기 검진이 활성화돼 비교적 초기에 속하는 0~1기에 암을 진단받는 비율은 2000년 32.6%에서 2013년 57.5%로 상승했다. 자기 유방을 보존하는 부분 절제술 역시 계속 상승 중이다.

학회는 가이드라인을 세워 30세 이후에는 매월 자가검진, 35세 이후에는 2년 간격으로 의사에 의한 임상 검진, 40세 이후에는 1~2년 간격으로 임상 진찰과 유방 촬영을 할 것을 권하고 있다. 고위험군은 의사와 상담이 필요하다.

학회는 “예방을 위해 음주, 식생활, 운동 등 스스로 조절이 가능한 위험 인자에 신경 쓰고,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다면 유방암은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다”며 “특히 폐경 후에는 지방 조직이 에스트로겐의 주된 공급원이므로 체중 관리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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