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에 설명 잘 하는 의사들의 공통점

 

한미영의 ‘의사와 환자 사이’

최근 들어 의료계에서는 의사와 환자간 불신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소통이 주목 받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얼마 전 한 일간지에 설명 잘하는 대학병원 의사 150여명이 소개됐다. 넘치는 환자로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기도 버거울 터, 설명까지 잘한다고 하니 과연 이들의 노하우가 궁금했다.

여기에는 블로그와 SNS를 통해 환자의 답답한 마음을 달래고 격려를 하는 분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설명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디지털영상자료를 활용하기도 하고 고전적이지만 여전히 정감 있는 메모지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환자와의 거리감을 좁히고자 유모와 위트로 무장한 의사도 있었다. 단연 설명 잘하는 의사로 기억에 남는 분은 환자와의 소통법을 알려주는 코칭프로그램에 직접 등록하고 주기적으로 참여하는 정형외과 의사선생님이셨다. 효과적인 진료법을 몸에 익히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그 자체가 감동스러웠다.

이처럼 설명 잘하는 의사로 추천된 분들의 공통점은 환자가 자신의 수술에 대해 불안하고 걱정스러워 하는 마음을 십분 이해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질문을 받고 답을 전달하는데 한치의 주저함이 없었다는 것이다.

한결같이 주어진 시간을 효과적으로 할애하고,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초과하면 기꺼이 의사자신의 시간을 환자에게 넘겨주었다. 진료시간이 짧다고 환자의 불안을 잠재울 설명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게 선정된 분들의 지론인 듯 했다. 고된 노동강도를 감내하는 분들의 희생정신에 환자들이 열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사실 진료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의사는 환자의 말을 잘라야 하고, 최대한 간결하도록 집중해야 하는 것이 우리 내 진료실의 현주소이다. 환자의 알 권리가 강화되고 설명의 의무가 늘 법정에서 의사의 의무로 확인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설명’은 의료진의 숙명적인 과제이다.

의료진의 설명을 3가지 방법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그 첫 번째로 의사와 보조 스탭이 진료에 관해 하는 모든 이야기는 우리 내 정서상 설명으로 이해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진료차트상에 남겨진 모든 기록과 환자의 서명은 적극적 설명의 물리적 증거로 남는다. 마지막으로 법정에서 쓰이는 설명으로 의사가 한 말을 통해 환자가 이해하는 모든 내용을 설명이라 한다.

이 세가지 모두가 설명이라 할 수 있지만 결국 유효한 것은 마지막에 언급된 의사의 말을 통해 환자의 머릿속에 남는 것이다. 보다 적극적인 설명을 반복적으로 함으로써 적정시점에 치료와 관리를 받도록 유도하고, 부작용과 합병증에 대비토록 한다는 게 진료를 하는 의사의 주된 업무임을 법에서는 강조하고 있다.

설명은 많은 내용을 담게 된다. 환자가 궁금해 하는 것, 의사가 꼭 일러줘야 할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진료실에서는 환자가 궁금한 것 보다는 의사가 일러줘야 할 것에 무게중심이 실린다. 그러다 보니 환자의 불안을 잠재울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어질 수 밖에 없다.

설명에 충실하기 위한 진료환경이 녹록하지 않다. 환자의 불안을 들여다 보고 설명으로 해소하기 위해선 의사의 절대적 노력이 필요하다. 더 많은 시간을 진료에 할애해야 하며 번거로움으로 감내하는 의료진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설명 잘하는 의사가 이 시대에 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소비자를 표방하는 환자들은 자신의 불안도 의료진이 해소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불안 해소는 곧 환자에게 심리적 안정을 주고 의사의 설명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이는 곧 사법부가 의료진에게 주문하는 최적의 설명이다.

설명을 잘 하는 의사는 논리적인 설명보다는 인간적인 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상기된 얼굴로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환자에게 따스한 인사를 건네는 것부터가 환자의 마음을 열고 의사를 신뢰하게 하는 설명의 첫 단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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