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피를 보면 되레 차분…. 나도 정신병?

 

정신질환과 관련된 질적 연구가 상당 부분 진척을 이루면서 정신질환 유형별 환자들이 경험하는 심리상태가 점점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몇몇 연구논문들을 바탕으로 대표적인 정신질환 환자들이 경험하는 심리상태를 살펴보고, 본인의 현재 감정 상태를 대입해보자.

우울증은 허무한 감정을 수반한다= 우울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대체로 육체적, 심리적으로 고갈된다거나 텅 빈 상태의 기분을 느낀다. 행복감이 무언가에 쓸려 내려가는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고립감도 이러한 감정의 한 축을 이룬다. 마치 혼자 무인도에 있는 것 같은 감정에 빠진다는 것이다. 2014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은 외롭고 공허하고 미래가 없다는 공통된 감정을 느낀다.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 선택적 함구증이라고도 불리는 이 증상은 성대를 비롯한 신체기관에 이상이 없고, 뇌 손상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장소나 상황에 놓이면 말을 하지 못한다.

연구팀이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선택적 함묵증을 가진 환자들과 대화를 시도해본 결과, 이들은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입을 다무는 것이 아니다. 평소 내성적인 편도 아니고, 조용한 성격도 아니지만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특정 상황에 이르면 말을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머릿속으론 하고 싶은 말이 떠오르는데, 무언가가 입 밖으로 소리가 나가는 것을 막는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한다. 한 실험참가자는 “마치 구두쇠 스크루지가 사람들이 즐겁게 어울리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태와 같다”며 “말이 도무지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박장애와 애증 관계에 있다= 강박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이 증상에 대해 상반된 두 감정을 느낀다. 하나는 강박장애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삶을 누리길 원한다. 한 환자는 다른 사람들과 집을 공유하고 있는데 매일 화장실 청소를 하는데 1시간 이상씩을 소비한다며 이러한 불편에서 벗어나길 희망했다.

하지만 동시에 강박적인 성향이 사라질까봐 두려워하는 심리도 가지고 있다. 강박장애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이러한 성향을 완전히 잃어버리는 것 역시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정신분열증 환자는 오명을 두려워한다= 지난 2014년 정신분열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딜레마에 빠져있는 상태다. 스스로 치료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지만 동시에 정신 이상자라는 오명이 붙을까봐 치료 받기를 거부하는 경향을 보였다. 체내 특정 화학물질의 불균형으로 일어나는 질병이라는 의사의 관점과 정신이상자라고 보는 일반인의 시선 사이에서 갈등하며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해하는 사람은 피를 보고 침착해진다= 스스로의 몸을 해하는 사람들을 모집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자신의 피를 목격함으로써 감정을 추스른다. 본인의 피를 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는 것이다.

미국 럿거스대학교가 ‘정신의학연구(Psychiatry Research)’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자해를 반복하는 십대 아이들 역시 이 같은 행위에 ‘만족감’을 느껴 자해를 저지른다고 답했다. 스스로를 괴롭힌다는 느낌보단 이를 통해 마음을 가다듬는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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