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진료비 내역서 암호처럼 모호, 부실

 

병원마다 제각각인 진료비 세부내역서가 내용도 부실하고, 환자가 보기에 암호처럼 어려워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병원에서 환자에게 발급해주는 진료비 세부내역서는 진료 세부내용 확인은 물론, 본인부담 진료비 파악과 필요 시 진료 세부내용 검증에 유용하다.

지난 6일 서울YMCA 시민중계실에 따르면 9-10월 초까지 서울시내 종합병원 56곳의 진료비 세부내역서 실태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 급여항목 내 본인부담금(69.6%)을 구분하지 않고, 전액본인부담금(75%)을 표시하지 않았다. 진료비 세부내역서에 급여와 비급여 항목을 구분하지 않은 병원도 14.3%였다.

병원 3곳 중 1곳(33.9%)은 진료비 세부내역서에 수가코드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은 반면, 수가명은 모든 병원들이 표시했다. 환자의 세부 진료량을 알 수 있는 진료항목 시행횟수도 모든 병원이 표시했지만, 총 시행일수를 표시하지 않은 병원도 일부(3.6%) 있었다.

이와 함께 조사 대상 병원의 절반 이상(55.4%)은 처방일을 제대로 표시하지 않았고, 일부는 진료항목별 단가(12.5%), 총진료비(7.1%)를 표시하지 않았다. 서울YMCA 시민중계실은 “급여항목 중 본인부담금을 구분하지 않으면 환자가 직접 부담하는 의료비를 확인할 수 없다”며 “진료항목에 대한 총 시행일수를 표시하지 않으면 진료 회당 얼마나 처방했는지 알 수 없어 과잉처방, 중복처방, 허위기재 등을 구분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대상 병원별 진료비 세부내역서의 표시항목을 확인하고, 서울YMCA 시민중계실이 자체 선정한 필수항목 포함여부를 따져 100점 만점으로 채점했다. 그 결과, 여러 필수항목을 표시하지 않는 등 환자의 알권리에 무신경한 60점 이하 낙제점을 받은 병원은 전체의 23%인 13곳이었다.

90점 이상을 받아 충실한 진료비 세부내역서를 발급하고 있는 병원은 강북삼성병원, 서울대학교병원, 중앙대학교병원, 가톨릭대학교여의도성모병원, 대림성모병원, 을지병원, 성화의료재단대한병원 등 7곳이었다.

서울YMCA 시민중계실은 “이번 조사대상이 된 종합병원보다 규모가 작은 병의원의 진료비 세부내역서 내용은 더 부실할 가능성이 많아 이들에 대한 추후 조사가 필요하다”며 “보건복지부가 진료비 세부내역서의 표준서식을 마련하고, 표준서식 의무 사용을 담은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에 관한 규칙을 조속히 개정할 것”을 촉구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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