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상상력을 자극… 그림 같은 누드 사진

 

이재길의 누드여행(5)

에드워드 스타이켄 작품세계 ①

사진의 역사를 빛낸 사진가들 중에서도 에드워드 스타이켄은 독보적이다. 사진 발명 이후, 회화와 사진의 경계선에 늘 존재한 사진가– 바로 그를 두고 하는 말이다. 한 폭의 그림처럼 지극히 사실적으로 묘사된 작품들은 대부분 그의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그의 누드 작품들은 색이 오른 한 폭의 수채화 같다.

그는 사진 인생 초창기, 스코틀랜드 출신 화가 데이비드 옥타비어스 힐(David Octavius Hill)의 영향을 받아 사진적 표현에 회화적 느낌을 결합했다. 평소 온화하고 이상주의적인 성격인 그의 모습처럼 때론 강하게, 때론 부드럽게 입체화 같은 누드작품들을 쏟아냈다. 비오는 날 흐르는 빗물 사이로 창문 안의 한 여인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그의 시선에는 여인을 향한 아련함과 그리움이 교차된다. 이것은 내면의 아름다움을 담백하게 표현해내는 ‘누드’만의 힘이기도 하다.

에드워드 스타이켄의 누드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은 한결같이 카메라를 외면한 채 뒤돌아 서있다. 마치 벗은 몸이 부끄러워 몸을 숨기려는 모델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희한하게도 애매한 몸짓과 부드러운 질감, 거친 입자 등에서 여체의 섹슈얼리즘이 강렬하게 전달된다. 고운 여체의 선, 부드럽고 굴곡진 허리와 엉덩이, 모호한 포즈 등에서 여성이 가진 아름다움의 본질이 감동 그 자체로 다가온다. 노골적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전해지는 여성의 ‘섹슈얼리즘’은 누드를 바라보는 사실주의적 접근방식, 재현방식 때문이다.

에드워드 스타이켄의 누드 작품 속에 존재하는 이야기들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마치 마침표가 없는 한 편의 이야기와도 같다. 엉켜있는 수많은 이야기를 하나씩 매듭을 풀듯 한 문장씩 나열하고 있다. 벗은 몸으로 고양이를 안고 웅크리고 있는 여인, 악기를 끌어안고 있는 여체, 알 수 없는 인물의 표정 등에서 작가의 무한한 세계를 연상케 하는 마법과 같은 힘이 전해진다. 사진 한 장에서 토로하는 무수한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마법과 같은 그 힘, 바로 그것이 여성의 ‘누드’ 임을 스타이켄은 증명하고 있다.

회화주의사진가에서 사실주의사진가로 거듭나는 과도기 속에서 흔들림 없는 그의 ‘사진가 정신’을 바로 여성의 누드작품을 통해 충분히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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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시대를 뛰어넘은, 과감하고 충격적인 누드

(3) 사랑을 하듯 찍은 사진… 여인의 관능 물씬

(2) 타인의 벗은 몸을 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1) 무한 자유… 나는 왜 여성 누드에 주목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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