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들은 이기적? 어른 못잖게 공평, 관대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아기들은 아직 소유물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다. 친구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빼앗기도 하고, 가게에 놓인 장난감을 가져가겠다고 떼를 쓰기도 한다. 그렇다보니 아기들은 본능적으로 이기적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런데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어린 아이들도 공정함과 관대함을 본능적으로 인지하고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연구진에 따르면 선행 연구들은 아기가 이미 소유하고 있는 물건을 가지고 아기의 이기심을 평가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누구의 소유물도 아닌 새로운 장난감을 이용해 아기의 성향을 살폈다.

연구팀은 우선 18개월 아기 혹은 24개월 아기 96명을 두 명씩 짝지어 테이블 앞에 앉혔다. 그리고 4개의 구슬이 담긴 작은 박스를 테이블 중앙에 두었다. 아기들이 이 구슬을 집어 자신의 옆에 있는 음악박스에 넣으면 재미있는 소리가 난다.

이 연구의 핵심은 두 명씩 짝지은 아기들이 얼마나 구슬을 공평하게 나눠 가지고 노는지 관찰하는 것이다. 실험은 각 쌍마다 4차례씩 진행됐다.

실험 결과, 아기들이 구슬을 2개씩 공평하게 가지고 논 케이스는 44%였다. 또 한 아기가 3개, 다른 한 아기가 1개를 갖는 불균등한 분배는 37%의 확률로 일어났다. 그리고 한 아기가 모든 구슬을 독차지한 확률은 19%였다.

불균등한 분배가 있을 때도 아기들은 대체로 차분하게 구슬을 가지고 놀았으며 상대방의 구슬을 뺏으려는 행동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연구팀은 아기 둘 중 한 명이 구슬을 모두 독차지하는 확률이 비교적 낮았다는 점에서 아기를 이기적으로 보는 기존의 생각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2살이 된 아기 128쌍을 구슬이 놓인 테이블에 마주 보고 앉도록 했다. 하지만 이번 실험에서 아기들이 음악박스에 구슬을 넣기 위해서는 자신의 방향으로 게임판을 잡아당겨야 했다.

이처럼 게임판 하나를 아기 둘이 공유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아기들이 구슬을 공평하게 2개씩 나눠 갖는 케이스가 절반의 확률을 보였다. 또 게임판을 끌어당기기 위해 둘이 함께 협동해야 하는 실험 환경에서는 공평하게 구슬을 나눠 가지는 확률이 60%로 더 높아졌다.

아기들에게 각자 게임판을 하나씩 주고, 한 아기는 구슬 3개, 다른 아기는 구슬 1개를 주는 환경도 설정했다. 그러자 구슬을 많이 가진 아기가 적게 가진 아기에게 구슬 1개를 자진해서 건네는 행동을 보인 확률이 30%를 넘었다.

구슬 4개 중 2개씩을 동일한 색상으로 두고 실험을 진행했을 때는 똑같이 구슬을 나눠 갖는 확률이 더욱 높아졌다. 아기들은 동일한 색상을 공평하게 나눠가지라는 의미로 해석했을 것이라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아직 숫자에 대한 개념이 약한 아기들에게는 색깔을 통한 구분이 공평한 분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어린 아이들이 이기적이라는 주장은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관대한 측면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라는 결론을 지었다. 이번 논문은 ‘아동실험심리학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Child Psychology)’에 실렸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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