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고통스러울 때 최고의 치유책은?

할리우드 시나리오작가 겸 연출가인 노라 에프론의 어머니는 임종을 앞두고 노라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메모를 준비하라.” 위트 있는 글을 쓰는 사람에게 에피소드가 고갈된다는 건 치명적인 일이다. 죽음을 눈앞에 둔 상황조차 유쾌한 소재로 삼으라는 의미다. 이는 노라의 인생철학이 되어 유머와 풍자를 담은 할리우드 최고의 로맨틱 코미디 작가가 됐다.

노라는 “당신이 바나나 껍질을 밟고 넘어지면 사람들이 비웃을 것”이라며 “하지만 본인 스스로 바나나 껍질을 밟고 넘어진 얘기를 한다면 웃음거리가 되는 대신 재미있는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미디의 강력한 효과를 강조한 것이다.

독일 레겐스부르크대학교 연구팀은 노라가 언급했듯 유머가 사람에게 가치있고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에 앞서 연구팀은 유머와 농담이 정신을 산란케 해 기억력을 흐릴 것이라는 가정을 세웠다.

재미있는 농담을 들으면 머릿속을 맴도는 부정적인 기분이 사라지는데, 이처럼 짜증이나 화를 잊게 되는 것은 기억 손상의 일종이라는 것이다. 또 이는 감정을 관리하는데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보았다. 사람은 경험을 통해 학습하는데 유머는 회피의 일종으로 학습을 방해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노라의 입장은 이와 정반대다. 스스로를 조롱의 대상이 아닌 재미있는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전환시키면 이로 인해 오히려 해당 사건의 세부적인 내용들을 더 잘 기억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연구팀은 유머가 일으킬 수 있는 두 가지 가능성 중 어느 쪽이 보다 진실에 가까운지 확인하기 위해 ‘합리적인 판단’과 ‘농담’의 효과를 비교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합리적인 판단이란 감정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상황을 이성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다.

이번 실험에는 대학생 63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할 수 있는 일련의 사진들을 보았다. 이 그림들에는 ‘설명’ 혹은 ‘농담’이 담긴 문장이 함께 담겨있다. 가령 사납게 생긴 뱀이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사진 옆에 “이 뱀은 이빨이 없어 물 수가 없다”는 설명이나 “사려고 했던 물건이 없을 때 화가 난 표정”이라는 농담을 적어둔 것이다.

또 다른 부정적인 이미지로는 ‘상처를 입은 아이’, ‘폭탄’, ‘허리케인’, ‘눈물을 흘리는 군인’ 등이 있었으며 이러한 그림들에도 사실적인 설명이나 유머러스한 글이 함께 적혀있었다. 각 이미지들을 보고 난 뒤 학생들은 해당 이미지를 보고 어떠한 감정이 일어났는지 평가하고, 그들이 본 그림을 최대한 상세하게 기억해내 기입하는 과제를 수행했다.

실험 결과, 노라의 관점처럼 학생들은 사실적인 설명보다 유머러스한 문구가 적혀있는 그림을 상세하게 기억하는 능력을 보였다. 유머러스한 문구가 정신적인 고통을 가라앉혀 오히려 기억력을 보존케 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유머가 고통스러울 때 최고의 치유책이 될 수 있으며 기억력을 보존하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보았다. 단 연구실 실험이 아닌 실생활에 적용시킨 연구가 추가적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 부정적인 그림이 일으킬 수 있는 짜증과 현실에서 일어나는 짜증의 강도는 비교키 어려울 만큼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심리학프론티어(Frontiers in psychology)저널’에 실렸다.

문세영 기자 pomy80@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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