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10명 중 3명은 당뇨 또는 당뇨 전단계

 

생활습관 중재 최선, 한국형 선별검사 절실

국내 30세 이상 성인 5명 중 1명은 당뇨병 전단계인 공복혈당장애를 겪고 있다. 약 620만명이 잠재적 당뇨병 환자라는 이야기다. 당뇨병 전단계에서는 생활습관만 개선하면 약물치료나 수술보다 효과적으로 당뇨병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지만, 당뇨병 전단계 치료에 대한 정해진 가이드라인이 없어 선제적 접근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뇨병 전단계인 공복혈당장애(IFG)는 정상적인 공복혈당(100mg/dL 미만)보다 높지만, 당뇨병(126mg/dL)은 아닌 경우이다. 식후혈당으로는 140-199mg/dL 범위인데, 이를 포도당에 내성이 생겨 인슐린이 제 기능을 못하는 내당능장애(IGT)로도 일컫는다. 혈당치를 나타내는 당화혈색소로 따지면 5.7-6.4%일 때 당뇨병 전단계에 해당된다.

대한당뇨병학회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내 30세 이상 인구의 공복혈당장애 유병률은 20%에 이른다. 10%로 추산되는 당뇨병 유병률을 더하면 성인 10명 중 3명은 당뇨병 환자이거나 잠재적 당뇨병 환자로 분류된다.

최근 질병관리본부 조사에서는 30-40대의 절반 정도가 당뇨병을 앓고 있지만, 의사로부터 당뇨병 진단을 받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당뇨병 유병률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인지해 치료하는 사람들은 60-70%에 불과하고, 당화혈색소 조절률은 30%에도 못 미치는 알려져 있다.

여러 연구를 보면 당뇨병 전단계인 사람의 절반은 8-10년 내 당뇨병으로 진행된다. 당뇨병 전단계라고 해서 여러 합병증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다. 급성심근경색증 환자의 35%, 뇌졸중 환자의 52%, 망막병증 환자의 8-12%, 신경병증 환자의 11-25%는 당뇨병 전단계인 것으로 보고돼 있고, 신장질환자 역시 정상 혈당에서보다 당뇨병 전단계에서 더 많다.

하지만 당뇨병 전단계에서 활동량 증가와 식이요법 등을 통해 생활습관을 중재하면 당뇨병 발생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 미국 당뇨예방프로그램을 보면 3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강력한 생활습관 중재로 당뇨병 발생 위험을 58%나 감소시켰다. 가장 큰 요인은 체중 감량으로, 체중 1kg을 감량하면 당뇨병 발생 위험률은 16% 정도 감소했다.

핀란드에서는 생활습관중재연구를 통해 당뇨병 전단계인 경우 5% 이상 체중감량을 위해 총 지방섭취량의 30% 이내, 포화지방 섭취량의 10% 이내를 덜 먹고, 섬유질 섭취량은 15g/1000kcal 이상으로 늘리며, 1주에 4시간 이상 운동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나은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연구소장은 최근 서울대 의대 국민건강지식센터가 개최한 국민건강나눔포럼에서 “해외 당뇨예방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당뇨병 전단계에서 생활습관 중재가 메트포르민 등 약물치료나 비만수술보다 당뇨병 발생 위험을 줄였다”며 “선별 검사를 통해 당뇨 전단계를 조기 발견해 생활습관을 중재하는 게 최선이지만, 이에 대해 정해진 가이드라인은 국내에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국내외에서 당뇨병 선별검사를 위한 권고안은 있지만, 한국인의 목적과 실정에 맞게 변형해 전략적인 선별검사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 진행된 전향적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은 나이가 들수록 인슐린 감수성이 감소하며, 이를 보상하기 위한 베타세포 기능의 증가는 나타나지 않아 당뇨병에 걸리는 패턴을 보인다. 베타세포 기능은 유전적 소인으로 일부 결정된다.

서울대 의대 내과 곽수헌 교수는 “한국인의 당뇨병 발병의 위험 요소로 유전적 소인과 임신성 당뇨병의 과거력, 인슐린 분비 능력의 저하, 비만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췌장의 베타세포 능력에 대한 평가지표가 있어야 하며, 가족력보다 더 뛰어날지 연구가 필요하나 췌장을 만드는 유전자인 PAX4와 같은 유전자 정보를 이용하는 선별검사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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