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발 상황에서 몸은 어떻게 자신을 통제할까

자동차를 몰고 교차로를 지나려는 찰나 갑자기 신호등 색이 빨간색으로 바뀌었다면 어떤 행동을 취하게 될까. 대부분 즉각적으로 급브레이크를 밟게 될 것이다. 최근 과학자들이 이처럼 순간적으로 진로변경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뇌 영역을 발견했다. 기존 과학자들과는 다른 견해를 밝혔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가 주목된다.

미국 존슨홉킨대학교 연구팀과 국립노화연구소 과학자들이 공동으로 이와 같은 연구 성과를 냈다. 연구팀은 사람이 순간적으로 행동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가 기저전뇌에 있는 신경세포일 것으로 보았다. 기저전뇌는 전두엽 아랫부분에 위치한 뇌 영역으로 수면을 조절하고, 알츠하이머의 초기 신경퇴화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대학의 심리학 및 신경과학과 미켈라 갤러거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기저전뇌 신경세포가 행동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새롭게 알아냈다”며 “뇌의 인지기능과 관련한 신경학 접근법에 새로운 장을 연 것”이라고 말했다.

하던 행동을 재빨리 멈출 수 있는 능력은 인간 생활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길을 걷다가 갑자기 차를 맞닥뜨리는 상황처럼 재빨리 멈춰 설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순간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인지기능 작동법에 대해 좀 더 밝혀지면 통제능력이 떨어지는 신경질환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도 고안해낼 수 있다.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부터 노화로 인해 제어하기 힘든 현상까지 모두 개선할 여지가 생긴다는 것이다.

기존 과학자들은 ‘계획된 행동’을 멈추는 능력이 운동제어기능을 책임지고 있는 대뇌 기저핵에서 일어난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팀은 기저전뇌에서 정지반응을 일으킨다는 새로운 이론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실험쥐들을 대상으로 한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쥐들에게 특정한 소리를 들려주고 재빨리 잘 움직이면 그에 대한 보상을 주었다. 하지만 불빛이 비출 땐 움직임을 멈춰야 보상을 주었다. 쥐들이 움직이는 동안에는 기저전뇌의 변화를 살폈다.

그 결과, 쥐들은 보상을 받기 위해 재빨리 움직이다가도 불빛이 보이면 움직임을 멈췄다. 움직인다는 계획된 행동을 멈추고 정지라는 새로운 행동으로 전환하는 능력을 보인 것이다. 또 이때 기저전뇌가 활성화된다는 점을 발견했다. 불빛을 비추는 대신 이 뇌 영역에 자극을 가하자 마찬가지로 쥐들은 움직임을 멈추는 행동을 보였다.

연구팀은 기저전뇌 신경세포를 보다 면밀히 관찰하고 연구하면 ‘정지’와 관련된 행동 결정방식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이뤄지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이번 연구는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저널’에 발표됐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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