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 살상범은 왜 현장에서 자살 시도할까

 

대량 살상을 저지르는 범죄자들의 상당수는 자신이 범행을 저지른 현장에서 사망한다. 경찰에게 진압되는 과정에서 사망하기도 하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더욱 많다. 이처럼 현장에서 자살하는 대량살인범은 그렇지 않은 대량살인범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대량 살인범은 연쇄 살인범과 의미가 다르다. 연쇄 살인범은 여러 차례에 걸쳐 여러 사람들을 살해하는 범죄자를 의미하고, 대량 살인범은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4~5명 이상을 살인하는 범죄자를 말한다. 자살폭탄 테러리스트, 일가족 살인범, 총기난사 살인범 등이 여기에 속한다.

미국 앨라배마대학교 응용범죄학과 아담 랭크포드 교수팀이 정예의 조사팀을 꾸려 2006년~2014년 사이 미국에서 일어난 대량 살인범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언론보도내용, FBI 기록, 지역 경찰 보도내용 등을 살펴 대량 살인 사건 242건에 대한 세부적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대량살인의 평균 희생자 수는 4.9명이었고, 가해자의 90% 이상은 남성이었다. 또 전체 대량 살인범 중 31%가 현장에서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현장에서 죽은 살인범과 그렇지 않은 살인범 사이에 변별되는 특징이 무엇인지 살폈다.

그 결과, 나이가 많은 사람, 공범 없이 단독으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현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향이 있었다. 또 현장에서 사망한 살인범일수록 더 많은 희생자를 낳았다.

범죄 유형별로는 가족 살해범이 현장에서 가장 많이 목숨을 끊었고, 그 다음은 총기난사처럼 다수의 익명을 상대로 한 살해범이 현장에서 많이 사망했다. 가족 살해범의 61.7%, 총기난사 살해범의 28.7%가 현장에서 사망했으며, 강도 사건과 연루된 대량 살인범은 4.3%만이 현장에서 죽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통계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랭크포드 교수에 따르면 자살을 하고자 하는 충동이 대량 살인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19세기 프랑스 사회학자인 에밀 뒤르켐이 체계화한 자살 유형 중 ‘이기적 자살’, ‘아노미적 자살’, ‘이타적 자살’이 대량살인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가령 사회적 유대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벌이는 ‘이기적 자살’ 행동의 일종으로, 배우자가 부정을 저질렀거나 가족 구성원으로부터 버림받았다고 느끼는 사람이 가족의 목숨과 자신의 목숨을 앗아가는 일가족 살인범이 된다는 설명이다.

랭크포드 교수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자살을 예방하는 전략이 대량 살상을 줄일 수 있는 하나의 방편이 될 것으로 보았다. 이번 연구는 ‘법정신의학심리학저널(Journal of Forensic Psychiatry & Psychology)’에 실렸다.

문세영 기자 pomy80@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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