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노인 위한 ‘알츠 존’ 1000개 설치 필요

고령화로 뇌기능과 근력이 함께 저하되면서 치매와 낙상으로 인한 의료비 지출이 노인의료비의 급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이 때문에 노인의 뇌기능과 근력의 저하를 예방하거나 늦출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의료비는 19조8천억원으로 건강보험 총진료비 54조4천억원의 36.5%를 차지하고 있다. 연평균 증가율이 10.8%나 된다. 정신행동장애와 신경계통 질환 등 일부는 증가율이 연평균 20%를 넘으며, 넘어지거나 부딪혀 진료를 받은 노인만 무려 198만명에 이른다. 여기에 쓰인 진료비는 5조1천억원으로 전체 노인의료비의 32.6% 수준이다.

신일호 건보공단 요양운영실장은 최근 김춘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주최로 열린 노인의료비 심포지엄에서 “인지저하와 넘어짐 관련 수요를 감축하지 못하면 오는 2060년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가 되기 전에 보험재정이 파탄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뇌는 가소성이 있어서 쓰면 쓸수록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기거나, 뇌의 손상 부위를 대신해서 새로운 장소가 그 역할을 대신하는 게 가능하다. 실제 노년기에 두뇌 활동이 적은 사람은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2.6배나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다. 신 실장은 “치매환자는 가정에서 보호받기를 원하며, 가정에서 초기단계부터 인지관리와 치료 등의 적정한 보호가 이뤄지면 시설 입소율은 22%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인지저하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을 절감하고, 치매노인과 그 가족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알츠하이머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사회적 지원 기반을 확충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치매환자와 치매가족, 친구 등을 대상으로 정서적 지지와 교육, 사회적 교류 등이 가능한 알츠하이머 카페를 운영하고 있고, 일본은 오렌지 플랜이라는 치매정책 5개년 계획을 세워 치매환자와 치매가족을 위한 지역사회 서비스 보급과 치매봉사 서포터즈 양성, 치매 카페 설치를 추진 중이다.

독일의 경우 인구 2만명 단위로 주거지역에 치매와 요양 등을 중재하고 연계할 수 있는 장기요양센터를 누구나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지방정부와 의료보험 의료서비스기구(MDK), 보험자(AOK)가 관리운영과 재정을 뒷받침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치매와 낙상에 대한 사회적 보호를 실현할 구체적 제안이 나오고 있다. 박동준 연세대학교 유럽사회문화연구소 연구교수는 국가 차원의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조치 방안으로 ‘알츠 존’의 설치를 제언했다.

알츠 존은 치매노인이 지인 등과 교류하고, 문화매체 등을 통한 지적 활동과 뇌 활력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설치된 장소를 뜻한다. 박 교수는 “치매노인과 그 가족, 그들의 친구가 안전한 환경에서 정서적 지지와 교류, 사회적 교류를 할 수 있도록 모이는 장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알츠 존 내에서 채택 가능한 문화적 콘텐츠를 활용해 치매노인이 고립에서 벗어나 지인들과 교류하면서 잔존기능을 최대한 이끌어 내 자존적 사고를 키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박 교수는 “유럽사회에서는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윤리적 반성과 환자의 자율성을 위한 알츠하이머 카페 등의 공간을 설치해 환자를 수용하고 있다”며 “비약물 치료로 문화매체 콘텐츠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고 전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노인 문제 전문가들은 전국에 알츠 존 1천여개를 설치하고, 알츠매니저 1500명 배치, 노인건강과 문화매체 콘텐츠 정기발행 등을 구체적 방안으로 내놨다. 성상철 건보공단 이사장은 “지역사회 내에서 문화적 네트워크가 구축돼 정서적, 신체적 지지 환경이 조성된다면 품위 있는 노후 생활과 함께 인지저하와 넘어짐으로 인한 노인의료비 절감도 가능하리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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