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독감백신 잇단 출시… 무얼 맞을까

 

독감백신은 인플루엔자가 유행하기 전인 가을에 접종받도록 권장된다. 다 똑같은 백신일 것 같지만, 이 시장도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접종 범위, 생산 방식 등 다양한 부분에서 차별화를 꾀하며, 가을 문턱을 앞두고 국내외 제약사의 새로운 백신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3가 VS 4가 = 독감을 일으키는 주된 바이러스는 A형 바이러스주 2종(A/H1N1, A/H3N2)과 B형 바이러스주 2종(B-Victoria, B-Yamagata)이다. 해마다 유행할 바이러스의 종류를 세계보건기구(WHO)가 예측하면 해당 바이러스의 종류가 독감백신에 포함된다.

보통 바이러스주 3종을 포함한 3가 독감백신이면 면역효과가 충분한데, WHO의 예측이 ‘미스매치(mismatch)’를 낸다는 데 문제가 있다. 순천향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유병욱 교수는 “최근 10년간 WHO가 예측한 B형 바이러스의 50%가 일치하지 않았다”며, “이러한 미스매치를 막기 위해 세계적으로 B형 1종을 추가한 4가 독감백신이 권장되고 있다”고 했다.

지난 2012년부터 WHO와 유럽의약품청(EMA)은 기존 3가 독감백신 외에 4가지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4가 독감백신 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국내 역시 올해부터 해외 파견 근무를 나가는 의료진에게도 4가 독감백신을 필수 접종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최초의 4가 독감백신 접종은 이르면 추석 전인 다음 달 말부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국적 제약사인 GSK가 출시한 4가 독감백신 ‘플루아릭스 테트라’가 출시 대기 중이다. GSK코리아 관계자는 “현재 첫 물량이 입하돼 국가출하승인 검사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이 독감백신은 2012년 12월 미국 FDA 승인을 얻은 뒤 한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스위스, 대만, 호주, 홍콩 등 22개국에서 허가됐다. GSK코리아 홍유석 사장은 “미국에서 자사의 독감백신은 플루아릭스 테트라로 70% 이상 전환됐다”며 “미국과 유럽에서 출시된 뒤 1억 도즈(dose, 1회 접종량) 이상 판매된 검증된 제품”이라고 했다.

유정란 VS 세포배양 = GSK가 4가 독감백신을 출시하며 시장 선점에 나서자 백신주권을 외치고 있는 국내 제약사들의 마음도 초조해졌다. 올 상반기에 SK케미칼과 녹십자가 4가 독감백신에 대한 승인신청을 식약처에 낸 상태다.

백신사업에 힘을 모으고 있는 SK케미칼은 백신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태세다. 기존 유정란 대신 세포배양 방식의 독감백신인 ‘스카이셀플루’를 국내 최초로 상용화해 이 달 출시한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세포배양 독감백신 개발에 성공한 제약사는 노바티스와 박스터에 이어 SK케미칼이 세 번째다.

세포배양 방식으로 만든 독감백신은 기존 유정란 방식과 달리 계란을 이용하지 않아 항생제나 보존제를 쓰지 않고,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환자에게도 접종 가능하다. 반년이상 걸리던 생산 시간도 줄여 2개월 안에 백신을 공급할 수 있어 변종독감 등 긴급 상황에 빨리 대처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현재 SK케미칼 안동공장에선 스카이셀플루의 첫 물량이 출하돼 지난 20일부터 전국 의료기관에서 접종에 들어갈 준비를 마쳤다. 박만훈 SK케미칼 사장은 “스카이셀플루의 출시를 시작으로 백신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며 “국가적 차원의 백신 주권도 확립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올해 예상되는 국내 독감백신 접종 수요는 약 2천만 도즈. 홍콩독감 등 변종독감의 세계적 유행으로 예상 수요는 지난해보다 늘어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녹십자가 독점해 온 국산 독감백신 생산에 올해부터 SK케미칼과 일양약품이 가세하면서 국산 백신의 시장점유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겠지만, 해마다 반복돼 온 공급과잉은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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