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냐? 시원하게 달콤하게 너를 녹여주마

 

정은지의 식탁식톡 (24) / 아이스크림

더위는 잠시 잊어요. 녹여줄게요. 부드럽게 달콤하게…

바야흐로 저, 아이스크림의 계절이네요. 지금 말하고 있는 저는 원뿔의 콘에 한 스쿱 한 스쿱 댕그랑 머리 올린, 그 모습의 아이스크림입니다. 동네 가게에서 반값 세일 중인, 진공 포장 속 제 사촌들은 잠시 잊어주세요. 이 여름, 뿌리 깊은 원조 아이스크림으로서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저의 세계로 여러분을 시원하게 안내할까합니다.

지금은 어마어마하게 많은 종류의 아이스크림을 만날 수 있지요? 처음 어떻게 탄생했는지 저에 대한 기원설은 많습니다. 대륙 및 지역에 따라 전해지는 내용도 조금씩 다르구요.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아이스크림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면 BC 4세기, 페르시안 제국 때입니다. 이 때 만년설의 눈을 가져다 저장해 놓고 먹었다는 기록이 있는데요. 눈 위에 과일 주스를 혼합하고 과일을 얹어 먹었던 것이 아이스크림의 첫 형태였다는 설이 있습니다. 이후 17세기에 처음으로 우유와 크림을 이용한 제 진정한 맛의 아이스크림이 탄생한 것은 영국에서였습니다. 아이스크림 제조법이 최초로 요리책에 정리되는가 하면,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도 ICE CREAM 이라는 단어가 등재됐지요. 그렇게 저는 한 200년 동안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부유층만 먹는 고급 간식으로 여겨졌습니다. 미국에서 아이스크림 공장이 생기며 처음 대량생산되기 시작했고요. 이후 세계적으로 아이스크림에서 파생된 여러 디저트들이 생겨났지요.

왜 제가 원뿔모양의 와플 위에 댕그랑 머리하나 올라가 있는지 아세요? 미국으로 이민 간 한 이탈리아인에 의해 이 모양이 탄생하게 되었는데요. 마르치오니라는 이 사람은 처음 수레에서 아이스크림을 팔았는데 당시 그릇에 담거나 종이에 둘둘 말아서 판매했습니다. 하지만 그릇 회수며 종이 뒤처리가 귀찮은 일이 되었죠. 그러다가 아이스크림을 얹을 수 있는 받침 또한 먹을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와플조각을 콘 모양으로 발명하게 됩니다. 그리고 1903년 12월 13일에 이 모양에 대한 특허권을 획득했습니다. 이로 인하여 제 아이스크림 새 역사가 펼쳐지기 시작했지요.

현재의 저 아이스크림은 필수 요소 4가지 설탕, 물, 공기, 지방으로 만들어집니다. 정확히 말하면 우유에 지방, 물 등을 혼합한 후 공기를 넣어 냉동시킨 것이지요. 저는 유지방이 6~12%로 이뤄져 있는데, 공기를 유지하는 동안 부드러운 미각을 지켜줍니다. 유지방이 아닌 지방은 아이스크림의 원료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지방을 빼지 않은 자연 상태의 우유인 전유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 저의 원칙인 것이죠. 이 전유를 원심 분리하여 상층부의 유지방을 휘저어 섞어 만든 크림에 설탕, 향료, 안정제 등을 섞어 동결시킨 것이 저, 아이스크림입니다. 식품과학기술사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질이 좋다’는 저는 12%의 유지방, 11% 무지고형분, 설탕 15%, 안정제와 유화제를 0.3% 함유하고 있으며, 총고형분은 38% 정도 들어 있다고 합니다.

흔히 사람들은 아이스크림을 영양이 가득한 식품으로 여기진 않잖아요. 주요 성분이 크림, 우유, 설탕, 향료라서 그런가 봐요. 그렇다 해도 저에게 핵심 영양 성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뼈 강화에 도움을 주는 칼슘과 인, 혈압을 낮추는 칼륨과 에너지를 제공하는 비타민 B이 생각보다 풍부합니다. 또한 세포 재생과 성장에 중요한 단백질도 빠뜨릴 수 없는 저의 튼튼 영양소랍니다. 아이스크림 한 컵 반에는 15g의 탄수화물, 지방 7g, 단백질 2g이 들어있습니다. 아이스크림 종류도 많아서 영양학적 내용이 다 똑같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에너지 공급 면에서는 탁월한 식품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살찐다면서 멀리 멀리 하는 사람들 많죠? 그런데 일정량 섭취는 오히려 다이어트에도 도움을 준다면요? 미국임상영양저널에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아이스크림과 같은 전지 유제품을 하루에 한 개씩 섭취하는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체중이 늘어나는 것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내용이 밤마다 TV 앞에서 아이스크림 통을 붙잡고 앉아있어도 된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바닐라나 초콜릿 아이스크림 반 컵 정도는 135~140kcal 가량에 이르는데요. 지방 7g, 당분 14g정도에 해당하므로 다이어트에도 괜찮다는 것입니다.

미처 생각지도 못해 더 신기한 저의 효능은 여기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저에 대한 유혹을 이기지 못하잖아요. 그런 이유가 본능적으로 생기는지도 모르겠네요. 미국 하버드대학교 연구진이 ‘인간 생식력(journal Human Reproduction)’ 저널에 발표한 연구를 보실까요. 24~42세 가임기 여성 1만8천명 이상의 먹는 습관을 조사했습니다. 그랬더니 전지 우유나 아이스크림을 일주일에 2번 이상 먹는 여성들이 그렇지 않은 여성들보다 배란관련 불임 위험이 38% 더 낮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제가 아기를 갖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아이스크림이요. 제 이름만 들어도 달콤하여 미소 짓게 되진 않나요? 실제로 저는 여러분의 기분을 행복하게 만드는 식품 중 하나랍니다. 영국 런던 정신의학회 연구진들이 밝힌 내용이 흥미로운데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즐겨 먹는 사람들의 뇌 활동을 검사했습니다. 이들이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인지와 감정을 조절하는 안와전두 피질(orbitofrontal cortex)이라는 뇌 부위가 즉각적으로 활발하게 움직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요. 제가 일시적인 행복감을 선물 한 것이랍니다. 또한 제가 에너지를 높이면서 성욕을 자극하기도 한다는 사실 아셨나요? 특히 여성들이라면 바닐라 아이스크림으로 파트너를 찐하게~ 유혹해 보세요. 미국 시카고 대학교의 냄새와 맛 치료 영양연구 재단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남성은 바닐라 향을 맡았을 때 성적으로 흥분된다고 합니다.

요즘처럼 더울 때도 좋지만, 사랑하는 연인과 분위기 한껏 잡고 싶을 때! 저를 살짝 베어 물고 맛과 향기로 유혹해보는 것은 어떠세요?

아이스크림과 젤라또, 뭐가 달라요?

저와 가장 비슷한 모습의 친구, 젤라또와 혼동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엄연히 다른 종류로 구분되고 있는 만큼 알아두면 좋겠지요? ‘얼었다’는 의미의 라틴어 ‘gelatus‘에서 이름 붙여진 젤라또는 ’이탈리아 아이스크림‘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탈리아 사람들은 젤라또를 아이스크림이라고 명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대요(쳇, 저도 그다지 반갑진 않네요). 그만큼 그들의 젤라또에 대한 자부심이 높다는 뜻인데요. 젤라또는 16세기 이탈리아에서 비롯됐는데, 지금도 이탈리아의 반 이상의 젤라또는 그 매장의 주방에서 수제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저와 비교하면 이 친구는 공기 함유량이 35% 미만으로 적고, 밀도도 높아 맛도 진하답니다. 규정상 저보다 유지방 함량이 적기 때문에 아이스크림이 아닌 아이스 밀크류로 분류되고 있지요.

아이스크림 두통 들어보셨나요?

찜통더위에 차가운 아이스크림 하나! 잠시나마 더위를 잊게 해주잖아요? 그런데 저를 실컷 즐겨놓고 머리 아프다고 하는 사람들 있지 않나요? 찬 것을 먹은 직후에 일시적으로 머리가 짜르르 아픈 현상 아이스크림 두통, 즉 브레인 프리즈(brain freeze) 때문인데요. 전대뇌동맥의 급속한 확장으로 인해 혈류가 증가해서 나타난답니다. 즉 제가 입 안에 머무는 순간 입천장 부위의 신경이 차갑게 되면서 머리의 앞쪽에 있는 혈관을 부풀게 함으로써 생기는 현상이랍니다. 해결책이요? 사람의 몸에서 일어나는 특이 현상 중 하나이지 결코 병이 아니므로, 천천히 먹는 수밖에 없습니다. 달콤함을 음미하며 저를 천천히 녹여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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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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