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 냄새의 기묘한 작용… 합리적 판단 도와

 

사람의 신체기관 중 코는 조기 경보 시스템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음식을 입에 넣기도 전에 먼저 냄새를 통해 먹어도 되는 것인지 아닌지 감지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불쾌한 냄새를 풍기는 음식은 모두 경계해야 할까. 그렇지만은 않다. 최근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그다지 유쾌한 냄새는 아니지만 인간의 판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음식이 있다. 비릿한 냄새를 풍기는 생선이 그렇다.

지난 2012년 캐나다 토론대학교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사람은 수상한 냄새가 난다는 생각이 들면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을 의심하는 습성이 있다. 최근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연구팀이 실질적으로 특정한 냄새가 의혹을 일으키는 작용을 하는지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실험참가학생 61명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하나는 “뻐꾸기시계, 초콜릿, 주머니칼로 유명한 나라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으로,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스위스’로 정해져있다.

두 번째 질문은 실험참가자들을 속일 수 있는 교묘한 내용을 섞었다. “모세는 방주에 얼마나 많은 종류의 동물을 데리고 탔는가?”라고 질문이다. 방주에 동물을 태운 것은 모세가 아니라 노아이므로 이는 질문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실험참가자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 각기 다른 방에서 연구팀으로부터 이와 같은 질문을 받았다. 한쪽 방에는 실험참가자가 앉아있는 책상 아래 생선 기름을 놓았고, 또 다른 방에는 냄새가 나는 음식을 두지 않았다. 실험 결과, 생선 기름 냄새에 노출된 실험참가자들이 그렇지 않은 실험참가자들보다 두번째 질문에 오류가 있다는 점을 많이 눈치 챘다.

실험참가자 9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두 번째 실험에서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타났다. 생선 냄새에 노출되지 않은 사람은 대부분 ‘확증 편향’을 보였다. 확증 편향이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무시하는 경향을 말한다. 반면 생선 냄새를 맡은 사람들은 절반 정도가 자신의 초기판단에 의심을 품으며 보다 합리적인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을 통해 합리적인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의심하는 행동이 선행돼야 한다고 보았다. 보다 정밀한 검토와 철저한 조사를 통해 나은 판단을 내리도록 돕기 때문이다.

또 생선 냄새와 같은 후각적 자극이 의심스러운 단서를 포착하도록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논문은 ‘실험사회심리학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에 발표됐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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