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도 벌벌… 효능? 더 말하지 않겠다

 

정은지의 식탁식톡 (23) / 마늘

저요, 이름만 들어도 드라큘라가 울고 가고 냄새만 맡아도 호랑이가 도망 갈 그 악명 높은 마늘입니다. 제 고약한 냄새와 쓴 맛의 고통만 견뎌내면 백가지 이로움을 얻을 수 있다지요. 이런 일해백리(一害百利) 면모로 단군신화에 등장할 수 있었던 건 아닐까요.

“사람이 되려면 마늘을 먹어라.” 어두운 동굴에서 쓰디쓴 쑥과 마늘만 먹으며 100일간 인내하여 비로소 인간이 된 곰. 반면 호랑이는 중간에 포기하고 인간이 되지 못했지요. 건국 신화 속의 이야기지만, 현대인들에게 이렇게 주문해도 될 것 같아요. “건강한 사람이 되려면 마늘을 먹어라!”

미국 타임지 등 세계 유력 언론들이 매년 선정하는 ‘세계 10대 건강식품’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며 저는 최상의 순위를 지켜가고 있습니다. 저의 건강학적 가치를 기리기 위해 서양 유럽국가에서는 매년 4월 19일을 ‘세계 마늘의 날’로 제정하고 있을 정도랍니다. 이날이 되면 마늘 섭취를 권장하기 위한 다양한 요리법들이 한꺼번에 쏟아지곤 합니다.

굳이 저를 기념하는 날이 없더라도 한국인들의 마늘 사랑은 더 깊지요. 생으로도 먹고, 고기 구울 때 같이 굽고, 어떤 양념에도 빠지지 않지요. 김치를 비롯한 한식에 저 마늘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 마늘과 이미 ‘물아일체’가 된 한국인에게 마늘 냄새가 난다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랍니다. 저 마늘 향은 입에서는 물론이고, 몸의 땀으로도 배출되면서 마늘 특유의 냄새를 내기 때문이죠.

유독 저의 냄새가 오래 오래 남는 이유는, 여러 유기 및 무기 화합물 때문인데요. 변형을 가하지 않은 저 자체에서는 그다지 냄새가 심하게 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를 자르거나 다지거나 뭉개고 변형을 가하면 냄새가 더 진해집니다. 왜 그러냐구요? 그 과정이 좀 복잡하니 이제부터 설명을 잘 들으셔야 해요.

제 독한 냄새의 주 원인은 알린(alliin)이라는 황을 포함한 화합물 때문입니다. 이 자체로는 냄새가 미미합니다. 그런데 이 알린이란 녀석은 참 변덕쟁이입니다. 사람들이 제 모양을 이리저리 바꾸면 알린이 화를 내면서 변해요! 이 때 알리나제(allinase)라는 효소를 배출 시키면서 알리신(allicin)으로 바뀌는데, 그 과정에서 냄새를 확 뿜어낸답니다.

그런데 또 이 알리신은 보통 고집쟁이가 아니랍니다. 한번 생겨났다 하면 자신의 존재를 사람들의 몸속에서 여기저기 묻히고 다닙니다. 각종 화합물을 만들어내면서 말이에요. 저를 섭취하게 되면 알리신이 몸속의 대사 과정을 거치면서 알릴 메틸 황(allyl methyl sulfide)을 비롯한 황 화합물을 생성합니다. 고집은 ‘쌔면서’ 대사 과정은 어찌나 느린지, 알리신은 다른 식품의 성분들보다 장이나 혈액에 하루 이틀 더 잔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는 장에서부터 혈류로 빠져나와 폐의 혈관을 통해서 순환하다 호흡을 하면서 입 밖으로, 또 땀이나 피부 노폐물 배출 과정에서 같이 나오게 됩니다. 오줌을 통해서도 배출되기도 하구요. 체내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 몸 밖으로 나와 증발되기까지도 냄새를 달고 다니니 참 지독한 녀석이죠.

하지만 알리신은 아주 기특한 재주를 갖고 있어요. 사실 알리신은 항균, 항진균 효과가 뛰어난 물질인 피톤치드의 일종인데, 사람의 몸에서 살균 및 항산화 작용을 이끌어낸답니다. 수많은 연구를 통해 알리신은 특히 세포 노화방지와 암 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밝혀져 왔습니다. 이 알리신 성분을 잘 활용하려면 마늘을 까거나 다진 후 바로 조리하지 말고 몇 분간 그대로 두세요. 그러면 활성성분과 항암성분이 더 증가한답니다.

제 안의 알리신을 집중 소개하느라 다른 좋은 성분들도 깜빡 할 뻔했네요. 워낙에 많은 화합물들이 있는지라 간단히 언급만 할게요. ‘FruArg’이란 제 안의 탄수화물은 노화와 신경계의 만성 퇴행성 질환으로부터 뇌를 보호한다고 밝혀진 바가 있습니다. 아데노신이란 성분은 혈전응고 촉진 단백질인 피브린의 작용을 방해하는 물질로, 심장병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준답니다. 제 속엔 비타민 B1도 많아 피로를 이기는 데 효과적이고 아연 성분도 풍부해 면역력 강화에도 좋습니다.

하지만 피임약, 혈액응고제, 결핵 및 면역억제제 등을 복용하는 사람들은 저를 자주 먹는 것을 피해야합니다. 간에서 약물이 분해되는 양을 변화시키고, 혈액이 응고되는 것을 억제하는 등의 작용 때문인데요. 혈액 중 약물의 농도가 달라지게 돼서 약물의 부작용 위험이 커지거나 낮아져 약효를 떨뜨린답니다.

마늘 냄새 없애고 싶어요?

제 냄새가 싫다면 알리신의 고집을 꺾는 몇 가지 식품들을 곁들여 보세요. 또한 굽거나 쪄서 먹을 경우에도 쓴 향이 사라지게 되는데요. 위에서 언급한 알리나제, 기억하세요? 알린이 알리신이 되기 전에 배출해내는 효소! 이 알리나제는 열에 익히면 힘이 약해지고 말아요. 그래서 알리신을 활성화 시킬 수 없게 된답니다. 저의 껍질을 까고 난 후 손가락 끝에 밴 냄새, 후끈후끈 거리기도 하고 정말 오래가잖아요. 식초 몇 방울을 떨어뜨린 후 씻어보세요.

무좀균, 제가 죽여 드릴까요?

옛날 어르신들이 무좀에 마늘을 발랐다는 이야기가 있죠?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인줄 만 알았는데 실제로 효과 있다는 사실 아세요? 미국 해큰색 대학교 메디컬센터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내용인데요. 마늘의 주성분인 아존이 담긴 치료제와 대중적인 무좀치료약 라미실을 각각 하루에 두 번씩 바르게 하고 치료 효과를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아존 치료제를 바른 환자는 2개월 후 100% 무좀이 치료됐고, 라미실을 바른 환자는 94%가 완치됐다고 하네요. 연구진은 시중에 판매되는 치료제 말고도, 실제로 집에서 활용하는 방법을 제안하기도 했는데요. 먼저 저를 잘게 다져서 따끈한 물에 섞어준 후, 30분간 발을 담그는 방법, 저를 갈아서 올리브오일과 섞어 무좀 부위에 문질러도 된답니다. 처음엔 발이 후끈후끈 할지도 모르지만 꾸준히 해보세요. 무좀균을 제가 박멸하도록 온 힘을 기울여보겠습니다! 저는 직접 피부에 닿아도 따가운 느낌 말고는 부작용을 거의 일으키지 않지만, 마늘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피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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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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