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꿀팁] “전성분 확인 없이 화장품 사지 마라”

 

붕어빵에 붕어가 없다고 얼굴 붉히는 사람은 없지만, 게맛살에 게살이 없다고 실망하는 사람은 은근히 많다. 실제 게맛살은 명태를 가공해서 만드는데, 게와 전혀 상관없는 생선으로 게 맛과 게의 붉은 색깔을 내려다보니 다양한 식품첨가물이 쓰인다. 이러한 사실은 식품위생법에 따라 게맛살 제품에 표시된 식품 성분을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먹지 않고 피부에 양보하는 화장품도 마찬가지다. 음식 못지않게 피부에 직접 닿는 제품이기 때문에 사용 성분이 매우 중요하고, 소비자들도 꼭 신경 써서 챙겨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뒤늦게나마 지난 2008년부터 화장품에 전성분표시제가 도입돼 소비자들의 성분 확인이 가능해졌다. 미국에서는 이미 지난 1977년에 화장품에 전성분표시제가 도입됐다.

최근 방한한 미국의 화장품 전문가이자 ‘나 없이 화장품 사러 가지 마라’, ‘뷰티 바이블’ 등 베스트셀러의 저자이기도 한 폴라 비가운은 음식의 원산지 표시처럼 화장품 성분을 정확하게 공개하고 확인하자며 화장품 소비자운동을 이끌고 있다. 여러 성분이 배합된 혼합물인 화장품은 피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반드시 정확하게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화장품을 살 때 성분의 안전성과 부작용을 크게 우려하면서도 정작 성분을 확인하는 데에는 무신경한 편이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의 화장품 소비자 인식도에 대한 최근 연구를 보면 국내 20대 이상 여성 10명 중 7-8명은 성분 안전성과 부작용, 허위과장광고를 걱정했지만, 화장품을 살 때 사용성분을 확인하는 사람은 10명 중 4명에 그쳤다.

대부분 색과 향, 가격과 기능성 인증 여부, 제조연원일이나 사용기한을 살피는 데 급급했고, 화장품 관련 정보를 얻는 경로도 인터넷과 TV를 통한 광고나 판매원의 설명에 의존하는 경향이 컸다. 내 피부에 맞는 성분이 함유됐는지, 위해성분이 포함됐는지 알 수 있는 전성분표시제를 인지하고 있는 소비자는 전체의 1/3에 불과했다.

소비자 못지않게 화장품 업체들이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도 성분이다. 이 때문에 일부 화장품은 성분 전체를 묶어서 브랜드로 만들기도 한다. 한 피부과 전문의는 “화장품의 순수성은 전성분표시를 통해 드러난다”며 “식품은 성분 함량의 퍼센티지(%)라도 표시하지만, 화장품은 이마저 표시하지 않아도 돼 꼼꼼하게 성분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성분표시제를 알아도 표기된 성분을 알아보기 힘들다는 목소리 또한 여전하다. 40대 주부인 김은영씨는 “화장품에 표기된 성분을 보려 해도 글자크기가 작아 일단 보기 어렵고, 어려운 용어가 많아 광고하는 주요 성분이 있는지 정도만 확인할 뿐 위해성분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기 어렵다”고 혼란스러워했다.

실제 녹색소비자연대가 지난 2011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한 화장품 인식조사에서도 여성 소비자의 10명 중 3명꼴로 화장품 전성분표시에 사용된 전문 용어가 어려워 화장품 살 때 도움이 안 된다고 했고, 표기된 글자크기가 작아서 읽기 곤란해 했다.

화장품 전문가들은 “대체로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성분명이 많을수록 안전한 화장품일 가능성이 높다”며 “용량이 너무 적어 예외적으로 성분을 표기하지 않아도 되는 제품이라도 제품에 전성분을 확인할 수 있는 전화번호나 홈페이지 주소를 표기해야 하고, 판매업소라면 전성분이 적힌 책자 등을 구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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