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쳐다보는 곳 개도 쳐다보는 이유

 

먼 곳을 쳐다보며 시선을 옮기는 행위는 영장류, 돌고래, 물개, 붉은다리거북, 늑대, 일부 새 등에게서 나타나는 특징이다. 이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이러한 행동 양상을 보인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개는 이와 조금 다른 특이한 양상을 보인다. 사람의 시선을 쫓아 똑같은 곳을 바라보는 행동을 보인다는 것이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수의과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개는 물체를 쳐다보는 사람의 시선을 쫓아 똑같은 곳을 바라본다. 개가 이와 같은 특징을 보이는 이유로는 우선 ‘습관’이 꼽힌다. 사람에게 길들여져 성장하는 동안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던 능력을 잃고, 사람과 비슷한 습관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학습된 훈련’이다. 사람이 개에게 ‘앉아’, ‘일어서’ 등의 명령을 내릴 때 개는 항상 주인의 얼굴을 쳐다본다. 주인에게 복종하는 훈련을 받는 동안 주변의 상황을 둘러보지 않고 오직 주인만 응시하는 연습을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와 같은 가설을 세우고 실질적으로 어떠한 이유로 개가 사람의 시선을 쫓는지 확인해보았다. 6개월에서 14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보더 콜리 145마리를 대상으로 했다. 서로 다른 나이대의 개들을 비교해 그들의 시선이 훈련의 결과인지, 습관의 결과인지 확인해본 것이다.

연구팀은 고개를 문 방향으로 돌리거나 바닥으로 떨구면서 개의 이름을 불러 시선을 끌었다. 그리고 “봐”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개들이 사람의 시선을 쫓는 능력을 보였다.

이 실험을 진행한 뒤에는 개를 두 그룹으로 나눴다. 그리고 한 그룹에 속한 개들에게는 5분 동안 연구팀의 눈을 쳐다보고 있도록 하는 훈련을 시켰다. 그리고 또 다른 그룹에 속한 개들에게는 발로 테니스공을 건드리는 훈련을 시켰다. 두 번째 그룹에게 이와 같은 훈련을 시킨 이유는 전자 그룹에 속한 개들이 사람과 시선을 마주하는 동안 높아진 피로도만큼 피곤한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다.

훈련을 마친 뒤에는 또 다시 사람의 시선을 쫓는 실험에 참여토록 했다. 그 결과, 사람과 시선을 마주보고 있었던 개들이 좀 더 오랫동안 사람의 얼굴을 쳐다보는 경향을 보였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개의 시선이 훈련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사람이 문을 쳐다볼 때 함께 문을 쳐다보는 것 역시 이런 학습의 결과라는 설명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어렸을 때부터 인간의 손에서 자란 개들은 ‘문’이라는 물체가 들어가고 나가는 수단이라는 것을 안다. 사람이 문을 쳐다보면 나가자는 의미로 이를 받아들여 쳐다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동물행동저널(Journal Animal Behaviour)’에 실렸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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