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맛들이면… 흡연 부추기는 담배의 ‘음모’

설탕, 멘톨, 바닐린, 커피… 담배 특유의 매캐한 향을 대신해 첨가되는 이른바 가향물질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최근 금연이슈리포트를 통해 가향담배가 니코틴 흡수를 촉진시키거나 담배 연기의 흡입을 용이하게 하는 등 담배 의존도를 높인다고 밝혔다. WHO에서는 담배제품에 미세캡슐을 도포하거나 필터에 향을 넣어 내장하는 이른바 캡슐담배까지 가향담배로 보고 있다.

개발원에 따르면 담배에 첨가되는 각종 가향물질은 단순히 제품의 맛과 향만 개선하는 게 아니라 니코틴의 흡수를 촉진시키거나 담배 연기의 흡입을 쉽게 만든다. 담배의 역겨운 맛을 덜기 위해 첨가되는 설탕의 경우엔 연소되면 2급 발암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코아 성분 중 테오브로민과 커피의 카페인은 기관지를 확장시키는 역할을 해 니코틴이 흡연자의 폐에 더 쉽게 흡수되도록 한다.

대표적 가향물질인 멘톨은 말단신경을 마비시켜 담배연기를 흡입할 때 느껴지는 자극을 줄여 흡연을 촉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멘톨 담배로 흡연을 시작한 경우 일반 담배보다 정기적으로 흡연하게 될 확률이 더 컸으며, 니코틴 의존도 역시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한 연구를 보면 지난 2004-2010년까지 12-18세 청소년의 멘톨 외의 담배 사용률은 크게 감소한 반면, 멘톨 담배 사용률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같은 기간 18-25세 젊은 성인의 멘톨담배 사용률은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흡연률도 증가했다.

국내 가향담배 시장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캡슐담배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2012년 0.1%에서 올해 8.3%로 급증했다. 반면 해외에서는 일찍이 가향담배의 위험성을 인식해 이에 대응하기 위한 규제방안을 마련했다. 브라질은 2012년에 세계 최초로 멘톨까지 포함하는 모든 가향물질의 첨가를 금지했고, 캐나다 연방정부는 올 6월에 기존 담배규제법을 개정해 청소년이 많이 사용하는 담배제품의 가향을 금지했다. 미국도 2009년에 담배연기를 포함한 궐련담배의 모든 구성물에 멘톨을 제외한 가향물질 첨가를 금지했다. 유럽연합 역시 오는 2016년부터 궐련담배와 말아 피는 담배에 멘톨 외 가향물질의 첨가를 금지하기로 했다.

개발원은 “가향담배는 청소년과 비흡연자를 흡연자로 만들기 위한 담배업계 전략의 산물”이라며 “우리나라는 가향담배에 대한 규제는 물론 이에 대한 실태조사 조차 전무한 상황이어서 청소년과 비흡연자가 가향담배의 위험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고 우려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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