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에 떨면서도 공포게임에 끌리는 이유

 

게임 산업의 규모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게임 콘텐츠는 다양해지고 하드웨어의 성능은 향상되면서 게임 마켓의 성장곡선이 상향선을 그리고 있다. 여기에 적극 기여하는 장르가 바로 공포게임이다. 공포게임이 사람을 현혹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디어 심리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게임이 사람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통신공학과 니콜 마틴스 교수와 테레사 린치 박사 역시 이러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마틴스 교수팀은 공포 장르가 사람을 매혹하는 이유에 대해 연구했다.

마틴스 교수팀은 18~24세 사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공포게임을 한 경험이 있는지 물었다. 그 결과, 응답자의 절반이 약간 넘는 53%의 학생들이 공포게임을 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 그들의 대부분은 이로 인해 큰 공포감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러한 공포반응은 인간의 방어체계와 연관이 있다. 인간은 위험한 상황에서 두려움을 느끼도록 설계돼 있다. 이러한 감정은 게임을 할 때뿐 아니라 게임을 하고 난 뒤에도 한동안 영향을 미친다. 잠을 제대로 못 잔다거나 공포감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연구팀의 분석결과, 학생들이 공포감을 많이 느낀 게임 종류는 서바이벌 공포게임이다. 1인칭 시점에서 위험요인들로 가득한 환경을 헤쳐 나가는 형태다. 으스스한 환경에서 좀비처럼 괴이한 몬스터NPC(플레이어가 조종할 수 없는 캐릭터)를 물리치고 생존하는 것이다.

실험참가자들의 공포반응은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의 여부보다는 시각적으로 얼마나 실감 나게 표현했는가의 여부에 더욱 좌우됐다. 가령 좀비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지만 그들의 모습을 실감나게 묘사하면 두려운 감정이 크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여성보다는 남성이 공포게임을 하는 비율이 높았다. 하지만 게임을 할 때 보이는 공포반응은 성별차이가 별로 없었다. 게임이 쌍방향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점 역시 공포감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영화와 같은 매체는 관객이 일방향적으로 내용을 흡수하지만 게임은 플레어이어가 키보드와 마우스, 아바타의 움직임을 직접 조정하게 된다.

그 만큼 몰입도가 높다는 것이다. 가령 영화를 보고 난 사람은 영화 속 주인공을 3인칭으로 칭하지만 게임을 하고 난 사람은 “내가 창고에서 좀비를 죽였지”라는 식으로 1인칭 관점에서 이야기를 한다.

몰입할수록 공포감은 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포게임을 하는 이유는 뭘까. 연구팀은 게임이 현실세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급상황에 대처하는 일종의 훈련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두려움’은 인간의 본능적 감정이다. 현실세계에 위험한 일이 발생했을 때 스스로를 보호하는 수단이 된다. 게임을 하는 동안 일어나는 공포반응은 이와 같은 인간의 방어체계를 타깃으로 삼는다. 공포스러운 상황에 대응하는 훈련이 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브로드캐스팅 & 전자미디어저널(Journal of Broadcasting & Electronic Media)’에 발표됐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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