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 중 적과 짝짓기… 몽구스의 처절한 사랑

원수 가문에서 태어난 남녀가 서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인 ‘로미오와 줄리엣’은 인간 세계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닌 듯하다. 물가나 덤불에 사는 잡식성 동물인 몽구스도 자신과 어울리는 짝을 찾기 위해 대립되는 세력의 몽구스와 로맨스 관계를 맺는다. 암컷 혹은 수컷과의 만남을 위해 대범하고 과감하게 위험을 감수한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에 사는 줄무늬 몽구스는 경쟁 무리와 전투 중인 상황에서 교미 대상을 찾는다. 또 암컷과 수컷 모두 근친교배를 피하기 위해 다른 몽구스가 자신과 혈연관계에 있는지 아닌지 분별하는 방법을 학습한다.

영국 엑스터대학교와 리버풀존무어스대학교 공동 연구팀에 따르면 줄무늬 몽구스 새끼의 18%는 암컷 몽구스와 대립되는 무리에 있던 수컷 몽구스 사이에서 태어났다.

몽구스는 사회성이 발달해 있고, 그들의 인생 대부분을 자신과 혈연관계에 있는 무리와 함께 생활한다. 하지만 배우자를 찾을 때만큼은 용감하게 상대 무리에 접근한다.

이번 연구의 주요저자인 헤이즐 니콜스 박사는 “몽구스는 자신과 다른 혈족의 몽구스와 교배해야 새끼의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다”며 “하지만 교미 상대를 찾는 과정에서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두 무리가 서로 대립관계에 놓이면 새끼 몽구스의 20%, 성인 몽구스의 12%가 사망한다”고 말했다.

또 “줄무늬 몽구스는 다른 무리와 싸우는 유일한 동물은 아니다”며 “인간 역시 종종 이런 다툼을 한다. 하지만 줄무늬 몽구스는 이런 상황에서 짝짓기를 하기 위해 애쓴다는 점에서 독특한 측면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동연구자인 엑스터대학교 제니퍼 샌더슨 박사는 “우리가 발견한 부분 중 가장 흥미로운 점은 수컷보다 암컷이 파트너를 찾기 위해 더 애쓴다는 점”이라며 “암컷은 자신의 무리에 친척처럼 파트너가 되기에 부적합한 수컷들만 있을 경우 상대 무리에서 파트너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엑스터대학교 마이클 캔트 교수의 20년 프로젝트의 일부로 진행됐으며, 해당 논문은 ‘행동생태학(Behavioral Ecology)저널’에 실렸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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