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명… 정확히 갈켜주마, 얼마나 마셔야 하는지

정은지의 식탁식톡 (19) / 물

수소 2원자와 산소 1원자가 결합된 물질로, 1기압 0℃에서 얼음이 되고 100℃에서는 끓는… 아 듣기만 해도 복잡한 화학적인 설명은 빼겠습니다. 만물의 근원이라는 일원설 등 철학적 설명도 하지 않겠습니다. 그저 오늘 아침 마신 물 혹은 방금 목을 축여준 물로서, 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자주 마셔야 하죠. 저를 마셔야 체내의 수분량이 적절하게 유지되고, 몸의 저항력을 높일 수 있지요. 체외로부터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의 침입을 막는데 도움을 주기도 하고요. 이미 몸 속에 쌓인 유해 물질을 배출시키기도 합니다. 몸의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역할은 제 담당이에요.

요즘처럼 더울 땐 더 자주 마시게 되지요?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은 좋은데 얼마나 마셔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말이 많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공부 좀 해봤습니다. 물 정말 얼마나 마셔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이죠. (절 그냥 물로 보지 마세요, 저 공부하는 물입니다.)

일단 미국의학회에서 권고하고 있는 수분 적정섭취량(AI)을 확인해보겠습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물 적정섭취량이 아니라 음료(beverage) 적정섭취량이라는 것인데요. 미국의학회는 성인 남성의 경우 하루 대략 13컵(3리터)의 총 음료가 필요하며, 여성은 9컵(2.2리터)의 음료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순수한 물뿐 만 아니라 다른 모든 물이 들어간 음료를 포함해 적정섭취량을 내놓은 것이지요.

그렇다면 하루 물8잔이라는 권고는 어떨까요? 미국이나 유럽국가에서도 ‘8 by 8’이라 하여 하루 8잔 이상의 물을 마시는 게 좋다는 의견이 정설을 이루고 있습니다. ‘8 by 8’은 8온스가 물 1잔에 이르는 양으로 이 8온스를 8번 마시라는 것이죠. 8잔은 약 1.9리터에 해당하는 양인데요. 앞서 미국의학회가 권고하고 있는 음료적정섭취량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8 by 8’에 해당하는 물의 양이 적절한지에 대해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강력한 증거는 아직 없다고 합니다. 미국 메이요클리닉이 내놓은 물에 관한 의학적 기록을 보면, ‘8잔’이라 하면 기억하기 쉽기 때문에 상식처럼 되어버렸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다만 미국의학회와 비슷한 입장으로 ‘8 by 8’를 “하루 8잔의 음료를 마시라”는 뜻으로 여기는 것이 좋겠다고 그 범위를 넓혀 말하고 있습니다. 모든 음료에 들어가 있는 물을 하루 적정 섭취량에 포함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애석하게도 실제로 하루에 물 8잔(1.8리터)를 마시는 것이 특별히 건강에 이롭다는 근거가 없다는 연구들이 몇 가지 있는데요. ‘영국의학저널(British Medical Journal)’에 게재된 한 연구에서는 보통 우유, 주스, 차, 커피 등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수분 공급과 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고 했습니다. 제가 굳이 여기에 반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어느 음료에나 음식에나 저 물이 들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실제로 평소 먹는 음식으로도 전체 물 섭취량의 20%를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가령 수박과 시금치와 같은 과일 채소는 무게대비 90%의 수분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수분공급원이죠. 물로 구성된 우유나 주스, 맥주나 와인, 카페인 음료도 마찬가지구요. 다만 이러한 음식과 음료들은 하루 물 섭취량의 주요 공급원이 될 수는 없습니다. 심지어 탄산음료나 과일주스의 일부 성분들이 다른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요.

과학자들마저도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물 섭취량이란 것을 내놓기 어려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기후, 기온, 질병, 체중 등에 따라서 적정 섭취량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여기 개인에 따라 물 적정 섭취량을 계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간편하게 자신의 체중에 2를 나누어 다시 8을 나누는 수식입니다.[그래픽 3참조]

또한 임신 중이거나 모유수유 중인 여성들에게 권고되는 양도 따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미국의학회에 따르면 임신한 여성들은 하루 10잔(2.3리터)에 이르는 물을 마시는 것이 좋고, 모유수유 중인 여성들은 하루 13컵(3.1리터)에 해당하는 물을 마시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은 물 섭취량이 부족하다고 들었습니다. 양에 연연하지 마시고, 수시로 들이킨다는 생각으로 자주 찾아 주세요. 이 더운 여름, 탈수되는 일은 없어야 하잖아요.

물을 한 번에 많이 마시면 위험?

더운 여름 날, 갈증이 심하다고 한꺼번에 많은 양의 물을 들이킬 땐 조심해야 합니다. 몸 속 나트륨의 균형이 깨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구역질이나 근육경련, 현기증 등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대개는 엄청나게 많은 양이 물을 마신다 해도 몇 시간 뒤에는 대부분 소변으로 배출됩니다. 마실 때 한 시간에 컵 한 잔 분량(0.2L)씩 나눠 마시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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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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